[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검찰이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국가기관의 '사이버 검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며 발빠르게 움직여 온 검찰은 처벌기준과 기본 운영방침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팀장 서영민 부장검사) 설치 목적과 운영방안에 대해 많은 지적과 우려가 쏟아지자 25일 검찰은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적인 공간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포털사이트 등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 있는 게시물에 한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퍼트리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안일 경우 유포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는 물론 어느 범위까지를 공개된 공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여론은 온라인의 특성상 공개·비공개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사실상 모든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검찰은 이 같은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만 더했다.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하기에 앞서 표현의 자유나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검토가 선행됐어야 하지만 검찰은 이제 와서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에 호들갑을 떨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전담수사팀 출범이 구체적인 데이터나 자료에 의거한 게 아니라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만으로도 법 집행 왜곡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최대한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다뤄져야 할 명예훼손 혐의 적용이 대통령 지시와 그에 따른 수사기관의 실행으로 이어지면 남용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주요 수사대상 중 하나로 '공적 기관'이나 연예인 등 공적인 인물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자를 꼽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부나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2009년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국가정보원에 대해 대법원은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적 기관 자체가 아닌 공적 기관에 속한 특정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중심으로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방침이 옛 전기통신법 47조1항(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는 행위)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미네르바법'으로 불린 해당 조항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로부터 이미 위헌 결정이 났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검찰의 이 같은 '허위사실 유포' 관련 조치는 민주적 기본질서인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돼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정책 논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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