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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이기고도 침묵한 정경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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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유도 北 꺾고 금메달…설경은 국제대회 때마다 농담 주고받는 사이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언니와 동생은 말이 없었다. 매트에서 엇갈린 희비에도 애써 감정을 숨겼다. 둘의 관계는 애틋하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평소 만날 수 없지만 국제대회 때마다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한민족이기에 금세 친해졌다. 그러나 매트 위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다. 덴차라 다나이(56ㆍ태국) 주심의 손은 언니를 가리켰다. 바로 감독의 품으로 뛰어든 언니는 그제야 밝게 미소를 지었다. 반대편의 동생은 고개를 숙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시상대 위에서도 그칠 줄 모르는 동생이 언니는 안쓰러웠다.


"설경(24) 선수가 계속 눈물을 흘리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을 텐데."

유도 맏언니 정경미(29ㆍ하이원)가 한국 여자유도 최초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우승을 이뤘다. 정경미는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78㎏급 결승에서 북한의 설경에게 지도승을 거뒀다. 한 경기를 더 치러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낀 상대를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여 1분23초 만에 지도를 빼앗았다. 경기 종료 1분 12초를 남기고 지도 한 개를 더 유도한 정경미는 막판 지도 한 개를 내줬지만 금빛으로 승부를 매듭졌다.


정경미도 시상대에 오르기 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로 활약한 베테랑이다. 2005년부터 매 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각종 메이저 대회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전경미는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힘들게 준비했다. 8개월 전 디스크 판정을 받아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다. 훈련은 서정복(60)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의 정성이 있어 가능했다. "'정말 못하겠다고, 후배가 대신 나갔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호소했는데 계속 격려해주셨어요." 서 감독은 "끝까지 참고 이겨내 정말 대견하다"고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정경미의 옆 자리는 비었다. 설경은 시상식을 마치자마자 경기장을 떠났다. 북한 선수단은 금메달리스트만 기자회견에 참석시키고 있다. 정경미는 "어제 계체 때만 해도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다. 이제 대표 자리를 후배에게 넘겨줘야겠다'고 농담을 하며 서로 웃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평소 내가 어려워하는 선수들을 설경 선수가 쉽게 제압해 결승을 앞두고 걱정했다"고 했다.


설경은 북한 유도의 간판선수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8㎏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의 기량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대로 확인됐다. 8강에서 정경미가 경계대상 1호로 꼽은 일본의 우메키 마미(20)를 안다리 후리기 절반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서 만난 '우승 후보' 중국의 장저후이(26)는 45초 만에 소매 들어 허리채기 한판으로 물리쳤다.


하지만 정경미는 자신이 있었다. 지난해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어 이긴 경험이 있었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행운도 따랐다. 아껴둔 체력을 앞세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쇄도했다. 그는 "안타깝지만 질 수는 없다"고 했다. 정경미는 한 가지 자존심을 더 지켜냈다. 설경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70㎏급에서 한국의 황예슬(27ㆍ안산시청)에 져 은메달을 따고 한 체급을 올렸다. 정경미로서는 기분이 상할 일이었다. 그는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선수들을 만나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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