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가 아베노믹스의 역풍을 경고했다.
사카키바라 교수가 내년 초 엔화 환율이 달러당 110엔까지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일본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가 오르는 데 반해 임금 상승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 해 일본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제지표는 그의 우려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엔화 약세 탓에 일본의 8월 수입 비용은 전년 동월 대비 4.5% 상승했다. 6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이었다. 반면 일본의 7월 임금 상승률은 199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6%에 그쳤다.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상승률은 3.4%에 그친다. 수입 비용과 비교하면 실질 구매력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5엔을 넘어 약세를 보이면 경제에 역풍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엔화가 105엔까지 떨어지면 기업들의 해외 생산이 늘면서 엔화 약세의 효과가 상쇄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엔화 약세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4분기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되면서 지난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엔화는 달러당 107.39엔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설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연말 엔화 환율을 달러당 106엔으로 예상했다. 예상보다 급격한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자신이 재무성에 일할 당시인 달러당 130~140엔까지 엔화 약세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 경제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며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BOJ가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2% 물가 정책의 지지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성장률이 높으면 물가 상승률이 0%에 불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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