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日 기업 방만 경영·투자 인색 심각…아베 경제 개혁 성공 위해 한국 주목해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 정부가 한국의 사내유보금 과세안(기업이익환류세제)과 같은 '기업 충격요법'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룸버그의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26일(현지시간) "사내유보금 과제라는 획기적인 제안을 통해 한국은 재벌 개혁과 혁신, 고용 안정 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제 구조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페섹은 사내유보금 과제 정책이 기업 지출 확대를 넘어서서 장기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목표인 재벌 개혁을 달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만한 재벌 기업들이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 하면서 사회 경쟁력과 혁신을 저해하고 고용시장의 발달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페섹은 '쌓아둔 돈을 쓰지 않으면 과세하겠다'는 방침은 정부 기관들을 상대로 꾸준한 로비를 펼쳐온 재별 기업들과의 협상에서 박근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적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페섹은 그러면서 한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도가 더 심각한 일본 역시 사내유보금 과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말 기준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2조3000억달러(약 2333조12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이는 4.1%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임금 확대와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치명적 해를 입히고 있다고 페섹은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기업들의 지출 확대는 필수적이다. 기업들에게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도요타, 소니,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의 대표기업들에게 수요 확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페섹은 기업들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채를 쌓아놓고 있는 일본 은행들에게도 세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본 은행권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고선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이는 실물경제에 신용경색을 초래하며 정부 입장에서는 갚아야할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20개월간 엔화를 18%나 떨어뜨렸고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밀어주기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들에는 빠져나갈 구멍들이 많아 오히려 기업 경영진들이 즐거워하고 있다고 페섹은 꼬집었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통화완화)과 두 번째 화살(재정확대)은 제한적인 성공을 거두는데 그쳤다. 경제 구조개혁으로 대변되는 세 번째 화살의 성공 여부가 가장 중요하지만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사내유보금 과제안을 도입해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준다면 이는 일본인들의 소비심리 개선과 지출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개혁들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 역시 낮아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사내유보금 과제안은 아베 정부가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충격 요법이라고 페섹은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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