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잇달아 담뱃값 인상 계획과 주민세ㆍ자동차세 등 지방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인상률도 매우 높다. 담뱃값은 내년에 80%를 올린 다음 물가인상률이 누적으로 5% 오를 때마다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말이 담뱃값 인상이지 그 대부분이 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이다. 주민세와 자동차세(자가용 제외)는 앞으로 2~3년에 걸쳐 100% 이상 올린다고 한다.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되어 취임한 뒤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한 복지재원 조달을 약속하고 그런 방향으로 세정을 펴왔다. 최경환 부총리는 경기부양에 다걸기하면서 성장률이 회복되면 세수부족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면서 증세의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기획재정부는 불과 한 달 전에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담뱃값이나 지방세 인상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주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증세 카드를 꺼낸 것이다.
게다가 그 부담이 서민들에게 집중된다. 담배는 부유층보다 중산층을 포함한 서민층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다. 그래서 담뱃세는 간접세 중에서도 역진성이 높다. 주민세는 주소지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일종의 인두세다. 소득수준에 무관하다는 점에서 가급적 비중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세 인상은 화물차나 영업용 차량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자영업자의 지갑을 터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과 지방재정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로는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복지를 줄일 수 없다면 조세정책의 틀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경기활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는 된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국민은 묻는다. 박근혜정부의 '증세없다'는 공언은 지금도 유효한가. 찔금찔금 올리는 것은 증세가 아닌가. 복지재원이 부족하고 지방재정도 어려워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털어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라. 증세를 하려면 서민부담이 큰 세금보다 직접세인 소득세ㆍ법인세부터 손대는 게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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