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이는 당초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 보다 한 단계 상향된 수위로, 임 회장은 곧바로 KB금융지주 회장 자격을 박탈당하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금융위 전체회의를 열고 주 전산기 교체 문제로 갈등을 빚은 임 회장에 대한 징계를 '직무정지 3개월'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 결정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로써 중징계와 경징계를 오갔던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한 단계 상향된 '직무정지'로 최종 결론 났다.
금융위가 당초 금감원의 건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징계 결정을 내린 데는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KB 금융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 돼 금융권의 신뢰를 추락시킨 잘못이 크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기 위해 국민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임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수차례 보고 받았음에도 감독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유닉스 전환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일로 고객불안과 함께 금융권 전체의 신뢰가 추락된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와 직무정지는 모두 중징계지만 신분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크다. 문책경고는 퇴임 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지만 당장 물러나야하는 것은 아니다. 끝까지 버티면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곧바로 3개월간 직무가 정지된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공식적으로 제재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다. 복귀 후 임기를 채울 수도 있지만 사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앞서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 직무정지 3개월을 받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2010년)과 황영기 KB금융 회장(2009년) 등도 모두 중도 사퇴했다. 만약 사퇴를 하지 않더라도 4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이 어려워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임 회장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진술한 후 퇴장하면서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적절차와 행정소송 등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직을 유지한 채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이날 징계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임 회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저의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고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 직원들과 힘을 합쳐서 거기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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