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료 시스템으로는 에볼라 확산 못막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금과 같은 의료진과 대처, 능력으로는 라이베리아에서 절대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
에볼라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대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는 15개 지역 중 14곳에서 에볼라 감염자가 나타나는 등 온 나라가 에볼라 감염지역이 되고 말았다. 죽음의 땅이 되고 있다.
라이베리아의 에볼라를 막기 위해서 세 가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감염 상황은 이미 국가 통제수준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국제적으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국제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이언스와 뉴사이언티스트 등 해외과학매체들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그동안 라이베리아의 현실을 지켜 본 전문가들의 지적을 토대로 중요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지금과 같은 수준의 개입으로는 절대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라이베리아의 시골 지역 등에 더 많은 의료진이 파견돼 이들을 맨투맨으로 관찰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지금보다 3~4배 정도 더 많은 의료진이 구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엘렌 존슨 설리프 (Ellen Johnson Sirleaf) 라이베리아 대통령과 보건당국은 WHO 비상팀과 사태를 지켜본 결과 라이베리아 에볼라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데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그동안 에볼라 사태와 싸웠던 현지 152명의 의료진이 감염돼 이들 중 79명이 숨졌다. 에볼라 사태가 시작됐을 때 라이베리아에서는 10만 명의 사람을 돌보는데 1명의 의료진만 있었다. 의료진이 대부분 숨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이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은 에볼라 감염지역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는데만 주목했다.
라이베리아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지난 8일까지 라이베리아에서만 2000명이 감염됐고 1000명 이상이 숨졌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치사율은 58%에 이르렀다. 에볼라 감염 국가 중 가장 높다.
WHO는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를 포함해 몬트세라도 지역에 특히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몬트세라도는 1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은 위생 설비가 없고 물이 부족하고, 전기 시설도 없다. 더욱이 몬트세라도는 중요한 시장지역과 가까이 위치해 있다.
몬트세라도에서만 1000병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현재 240병상만이 있다. 추가로 260병상이 마련될 예정에 있는데 이를 합치더라도 예상되는 병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의료진 또한 필요하다. WHO는 70병상의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 200~250명이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몬로비아에 존 F 케네디의료센터가 있었는데 내전 당시 파괴됐다. 여기에 화재와 홍수 등으로 거의 기능을 상실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의료진마저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에볼라 감염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센터를 찾지만 환경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집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으로 돌아간 이들이 가족을 추가로 감염시키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고아나 회복되고 있는 이들을 돌볼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회복되고 있음에도 이들은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에볼라로 '죽음의 땅'으로 확산되고 있는 라이베리아 구출 작전에 전 지구촌이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편 WHO는 6일 현재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5개국 에볼라 감염자는 총 4293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296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생태통계학자 등 전문가들의 컴퓨터 모델링 결과 오는 24일쯤엔 감염자가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돼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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