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발전의 뿌리' 산업단지 50년을 돌아보다 <4>
김용 세계은행 총재.개발도상국들, 성장 노하우 배우러 방한 러시
열악한 환경에 국내선 기피대상…창조·생태 작업장으로 리모델링 활발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2012년 10월 16일. 산업단지공단에 중요한 손님이 찾아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다.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의 핵심 모델인 산업단지를 알고 개발도상국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중소기업 CEO들과 개도국에 보급할 의료장비ㆍ교육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총재의 방문 후 반 년이 흐른 지난해 4월2일, 데반 세계은행 부총재도 산단공을 찾아 산업발전 경험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의 눈이 한국의 산업단지로 쏠리고 있다. 산단공 관계자는 1일 "몇 년 사이 산업단지 관련 정책을 배우고자 하는 타국의 연수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반 세기만에 전쟁의 폐허에서 IT강국으로 거듭난 우리나라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산업단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산단공 노하우 배우자 = 지난 2012년에는 방글라데시 민관 시찰단이 녹색 산업단지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왔으며, 같은 해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도 자원의존형 성장의 한계를 넘어 비석유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산단공을 찾았다. 나이지리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벤치마킹을 위해 인천 남동인더스파크를 방문했고 에티오피아, 네팔, 피지, 솔로몬제도 등도 방한해 혁신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산단공의 기업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매년 외국 시찰단이 주기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해외 바이어를 중심으로 한 시찰단은 지난해 반월ㆍ시화 산업단지를 방문해 섬유소재 산업을 견학했으며 대경권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산업을, 서울디지털단지에서 디지털 콘텐츠 업체들을 둘러봤다. 산단공은 이들에게 우리 경제발전 과정과 산업정책, 산업단지 개발제도를 알려주고 실제 산업현장을 소개하며 우리 산업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창조적' 인재와 산업 길러낸다 = 해외에서는 우리의 성장 신화를 두고 엄지를 치켜세우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여전히 산업단지가 '회색 공장지대'로 인식되고 있다.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며 우수 인재들도 산업단지에서 일하기를 꺼린다.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인재의 유입을 막아 산업단지의 활력을 저해하고, 새롭게 타오를 성장의 불꽃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낡은 집에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50년간 가동된 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 6개 산업단지에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실행, 산업단지를 좀 더 일하기 편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오는 2017년까지 최대 25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산단공도 구조고도화(QWL) 사업을 통해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젊은 부부들을 위해 셔틀버스와 어린이집 운영을 늘리고, 미혼을 위한 주거시설인 오피스텔을 늘리는 한편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과 문화행사도 늘려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 내 근로자들이 좀 더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산업단지를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공해의 본산으로 여겨졌던 산업단지는 생태사업으로 청정하게 거듭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엔바이론소프트는 고어텍스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독성물질인 탄소함유 슬러지를 활용, 하수를 정화하는 데 쓰이는 미생물 영양제를 만들고 있다. 폐기물 소각업체인 유성은 쓰레기를 소각할 때 발생한 열을 버리지 않고 이웃한 한국제지 공장에 공급해 저비용으로 종이를 말릴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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