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디플레 완화 및 경기 부양을 위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시행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이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오는 4일 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양측간의 기 싸움이 벌어진 셈이다.
역내 문제 국가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긴축을 요구해온 독일과 독일식 경기 부양 방식을 놓고 경제 장관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일까지 벌어진 프랑스 사이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최근 재신임을 받은 마뉘엘 발스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라 로슈넬에서 열린 집권 사회당 행사에 참석해 6월 ECB의 금리 인하를 강력한 신호로 표현하며 "(ECB)의 재정정책이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더 진전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주 올랑드 대통령의 긴축 정책에 반발한 장관들의 항명 사태로 4개월만에 개각이 단행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 회생을 위해 긴축을 용인하던 프랑스의 총리가 ECB의 완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더 이상의 긴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올랑드 대통령도 1일 파리를 방문하는 드라기 총재와 만나 양적완화 정책을 적극 요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경기가 다시 급락한 이탈리아의 마테로 렌치 총리도 ECB가 긴축 정책을 완화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서 부터 연이어 완화 정책에 대한 언급을 이어온 만큼 4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프랑스의 뜻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유로화가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후 약세로 접어든 것도 시장이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마침 8월 유로존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0.3% 상승에 그치며 4년 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ECB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하다. 지난달 31일 독일 시사 주간 슈피겔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주 드라기 총리에게 긴축 정책에서 완화 정책으로 돌아선 것인지에 대해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잭슨홀 연설에서 드라기 총재가 양전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드라기 총재의 연설이 과장돼 해석됐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제 금융을 받은 대신 긴축에 나선 유럽 국가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경제성적을 받고 있다"며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며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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