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가뜩이나 재정난을 겪고있는 인천시가 200억원대 생돈을 물게 됐다. 시가 아시안게임 유치 당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대신 세금 납부를 약속한 게 화근이 된 것인데,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시 시가 고스란히 세금을 내야 될 판이다.
26일 인천시 및 대회조직위에 따르면 2007년 아시안게임 개최도시 계약 과정에서 시가 OCA의 마케팅수익 면세를 보증하면서 233억원에 달하는 관련 세금 부담을 시와 조직위가 전부 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국제경기대회의 마케팅권리는 OCA에서 조직위가 직접 추진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2012년에 OCA에 6000만달러(약 600억원)의 인수금을 지불하고 대회 마케팅 권리를 인수했다.
그러나 OCA헌장 및 개최도시인 인천시와 체결한 계약서에 따라 OCA는 마케팅권리 인수금에 대해 세금납부 의무를 면제받게 됐고, 결국 법인세 140억원과 부가가치세 93억원을 합한 국세 233억원을 시와 조직위가 대리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마케팅 권리를 조직위에 부여한 대가로 받은 인수금은 외국법인인 OCA의 국내 원천 소득으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OCA가 이익은 챙기고 국내에 내야 할 세금은 인천시와 조직위가 부담하게 된 데는 2007년 시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OCA와 맺은 마케팅 수익 면세보증 때문이다.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과 박창규 인천시의회 의장, 최용규 아시안게임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인천시가 아시안게임 개최도시로 선정될 경우 세법 개정 또는 특별지원법 제정을 통해 마케팅 수익의 면세를 모색하고, 실패할 경우 부과된 세금을 시가 환급할 것을 약속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당시 시가 이런 계약을 체결하게 된 데는 OCA헌장에 ‘대회 개최도시가 마케팅 권리 인수에 따른 세금을 부담토록 한 규정’ 때문에 불가피했던 것으로 안다”며 “대신 시는 국내 조세법 개정을 통해 세금을 감면받을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케팅권리 인수금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의 면세규정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에 발의된 뒤 아직까지 조세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세금 233억원은 고스란히 인천시와 조직위가 해결해야 한다.
조직위는 “시가 OCA에 제출한 면세관련 보증서 때문에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며 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 이래저래 인천시의 고민만 늘고 있다.
시는 관련법 개정만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동안 다른 국제대회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용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원 등 6명은 “국제경기 대회에 한해 마케팅 권리 인수금 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마케팅 권리 인수금 세금은 원래 OCA에서 부담했으나, OCA헌장 및 개최도시인 인천시가 체결한 면세보증 때문에 233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세금을 시와 조직위가 부담하게 됐다”며 개최도시의 재정부담을 덜어줄 것을 호소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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