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委에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 두고 정치권과 유가족 이견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여야가 도출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세월호 정국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20일 저녁 가족 총회를 열어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에 수용 불가의 뜻을 재차 확인했다. 유가족은 당초부터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ㆍ기소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치권은 대신 특별검사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었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여야의 특별법 재합의 사항에 대해서 거부 의사를 즉각 표명했고 총회에서는 말할 여지도 없었다"며 "특별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인데, 마치 특별검사 추천권 문제가 핵심인 것처럼 잘못 알려져 이를 불식시키고 (유가족의 뜻을)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은 애초부터)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활동하기를 바랬는데, 여야가 이 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유가족의 생각과 거리가 있는 상설특검 문제를 이야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유가족의 요구안에 '절대 불가' 입장을 먼저 밝힌 건 새누리당이다. 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원칙을 한 번 깨면 다른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발목이 잡힐 수 있고 원상복구도 힘들 것이란 점도 반대 이유로 제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 초기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에 줘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합의안에서 이 부분을 배제하면서 유가족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됐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엔 "수사권 없는 진실 규명은 불가능하다"며 "수사권 부여가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당과의 협상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자 '상설특검법에 기반한 특검 추천'으로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우회노선을 펼쳤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는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족대책위의 유 대변인은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 추후 대응은 임원회의를 통해 일정과 계획을 장기적으로 고민하겠다"면서도 "유민아빠(김영오씨)가 40일 가까운 단식으로 어느 순간에 쇼크가 올 지 모르는 상황이라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야 역시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힌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돌파구를 찾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 이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꼐 다시한번 죄송하단 말 드린다"면서 "새정치연합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총의를 모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처리는 애초부터 새정치연합의 결단과 자세에 달려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이 국정의 한 축으로서 중심을 잡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도 십분 이해하지만 대한민국 법질서 안에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배ㆍ보상 등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믿고 이해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 말씀 드린다"면서 "분노와 불신을 걷어낼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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