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다시 '이통3사'…"팬택폰 추가구매 의지 관건"
팬택 내부 역량·기술력 역시 고려 대상…"속단 일러"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양성희 기자] 팬택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제 법원이 팬택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또 다시 이동통신3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생이냐, 청산이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이통사의 단말기 추가 구매 의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 역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마찬가지로 영업이 잘 돼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이통사들이 어느 정도 물량 소화를 해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은 전날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윤준 수석부장판사)는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려 팬택의 채권·채무를 동결했다. 재판부는 "국내 유수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은 하도급 협력업체가 550여개에 이르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회생신청 당일 신속하게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 신청을 받아들이면 2~3개월간 채무조정, 출자전환, 무상감자 등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게 된다.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본격적인 법정관리가 시작된다.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3월 실시한 채권단 실사 결과에 따르면 팬택은 계속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청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현재 이통3사가 충분한 재고 등을 이유로 팬택 단말기 구매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가 실적을 낼만한 판로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청산을 결정하면 팬택은 보유자산을 팔아 채권은행, 이통3사, 협력사 등에 진 빚을 갚게 된다.
파산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통사들이 추가 구매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판단이 쉽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으로 내부 역량과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이 부분 역시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은 국내외 등록특허 4985건, 출원특허 1만4573건에 이르는 연구개발 중심의 기술기업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 바로 보전처분을 한 것 역시 이 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 경험상 많은 회사들이 워크아웃에 실패하고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왔지만 법원에서 회생 인가 후 빨리 종결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워크아웃을 개시한 팬택은 6월 채권단에서 이통3사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잡음을 이어왔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구를 거부한 이통3사가 대신 채무 2년 유예 방안을 택하면서 채권단의 워크아웃은 재개됐으나 끝내 단말기 추가 구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현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팬택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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