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marshal)'은 골프장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감독자다.
이를테면 코스의 경찰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캐디를 동반한 플레이라 '마셜'이라는 직업에 대한 정확한 의미나 임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그러나 캐디 없이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다 보면 빨간색 카트를 타고 '코스를 순찰(patrol a golf course)'하는 '마셜'을 종종 볼 수 있다.
주요 임무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돕는 것이지만 골퍼들이 놓고 간 골프채를 찾아주고, 비상시에는 약도 가져다주는 등 전반적인 사항을 해결한다. 때에 따라서는 에티켓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시정 지시도 하고, 심한 경우 플레이를 중단시킬 권한까지 있다. 외국에서는 보통 앞조의 플레이가 지나치게 지연되는 등 불만이 있어도 직접 소리치면 예의에 어긋난다. 마셜을 통해야 한다.
법적인 권한은 없지만 일단 지적을 받으면 불이익이 많다. 한 골퍼가 외국 공군 비행장에서 플레이 도중 카트 바퀴에다 소변을 보다가 뒷조의 신고로 마셜이 달려와서 플레이를 중단시키고 코스 밖으로 내몰리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미국 휴스턴에서는 16번홀을 마친 뒤 바로 옆홀인 11번홀로 돌아가 무단 플레이를 하다가 적발되는 골퍼들도 목격했다. 한국 골퍼였다는 게 수치스러웠다. 마셜에게 심하게 질책을 받으며 망신을 당했다.
그린피를 내지 않고 개인카트를 끌고 들어와 등록한 것처럼 위장하고 무상 플레이를 하는 골퍼도 있다. 한적한 외국 골프장에서는 그래서 반드시 돈을 지불한 태그를 달아야 마셜의 불심검문에 걸리더라도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물론 규칙만 잘 준수한다면 마셜로부터 오히려 이득을 얻을 일이 많다. 도움이 필요하면 "Marshal! I need some help"라고 말을 걸면 금방 "How can I help you?"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마셜은 토너먼트 기간 갤러리를 통제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각종 대회에서 "Quiet Please!"라는 팻말을 들고 장내 정리를 하는 요원들이다. 영연방 국가에서는 '레인저(ranger)'나 좀 더 친절한 표현으로 '엠베서더(ambassador)', 또는 '플레이어스 어시스턴트(players' assistant)'라고 부르기도 한다. 군사용어로 영국에서는 군통수권을 가진 '원수'를 의미한다. 항공용어로는 비행장에서 항공기를 유도하는 행위를 '마셜링(marshaling)'이라고 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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