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놓고 사측과 이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여름휴가 후 파업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노사가 최근 두달여간 교섭을 진행하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실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6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12일 제120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 노조는 이날 회의에서 추후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쟁의행위를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6월 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5차례 교섭을 가졌다. 마지막 교섭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하면서 바로 중앙노동위원회의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노사간 의견차가 극명히 엇갈렸던 만큼 조정 신청 후 오는 10일까지 예정된 중재기간에도 별다른 수확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은 두달여간 교섭과정에서 성실히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지만 노사간 의견차가 큰 만큼 중노위는 조정중지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이번 주 휴가기간에도 실무협의를 갖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노조 회의에서 쟁의행위가 결의되면 2~3일 후 4만7000여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게 된다. 노조 집행부가 통상임금 확대방안을 관철시키는데 주력하고 있고 조합원 사이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강해 파업 찬반투표 역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가 과거 교섭을 진행하면서 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사례는 한번도 없다.
한국GM이나 쌍용차, 타타대우 등 다른 완성차업체 노사가 잇따라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쪽으로 올해 교섭을 마무리 지었지만 현대차 사측은 현재로서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5일 기자와 만나 "현대차는 (한국GM이나 쌍용차와) 고정성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면서 "현재로서는 원칙대로 소송 결과를 지켜본 후 그에 맞춰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섭을 진행하면서 꾸준히 유지해 온 입장이다. 파업 가결 후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노조는 18일을 전후해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꾸려 실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차 노사간 교섭은 현대차와 하루 차이를 두고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타결을 위해 노사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제 파업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노조 현 집행부가 과거 2009~2011년 처음으로 3년 연속 파업 없이 협상을 타결한 전력이 있던 터라 당초 올해 교섭도 원활히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통상임금 확대방안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파업 이후에도 쉽게 합의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잔업이나 특근 비중이 월등히 높아 회사로서도 통상임금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노조 역시 외부시선 탓에 무작정 파업에 들어갈 순 없겠지만 노동계 상징성을 띠는 만큼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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