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후 주주가치 훼손 우려 등 불식…정몽원 회장 책임경영 의지가 발탁 배경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한라그룹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증권업계 출신 3인 이사의 역할론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보호하려는 한라그룹의 의지가 '주주가치 우선'을 표방하는 증권업계 출신 발탁 배경으로 풀이된다.
한라그룹은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와 사업회사인 만도로 인적 분할하는 내용의 안건은 전체 주주 66%가 참석해 74% 찬성률로 통과됐다. 기업분할이 완료되면 만도 투자회사인 만도차이나홀딩스와 만도브로제ㆍ만도신소재 등은 만도의 자회사로 남고, 한라마이스터ㆍ만도헬라ㆍ만도스택폴 등은 한라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임시주총 의결 안건 중 주목할 부분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대거 그룹 신임 이사로 발탁됐다는 점이다. 한라그룹은 총 4명의 신임 이사를 선임하면서 이 중 3명을 증권업계 출신으로 기용했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기영 상임고문은 대우증권 대표를 역임했고, 사외이사로 선임된 최원석 이사는 삼성증권 경영관리팀을 거쳐 증권업계 씽크탱크로 평가받는 FN가이드 금융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최경식 이사는 현대증권 대표를 역임했다.
증권업계 출신의 사내ㆍ외 이사 선임을 두고 업계는 '주주가치경영을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초기 작업은 물론, 회사 내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증권업계에서 쌓아 온 노하우가 십분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주회사 전환을 주주가치 훼손으로 연결짓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증권업계 출신 인사 발탁 카드를 선택한 셈이다.
앞서 지분율 13.59%로 만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계획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사유로 주총 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상증자로 현금소진이 높은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조성한 자금을 사업 분할에 활용하는 것은 만도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라그룹은 향후 투명성 확보 노력을 지속, 시장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한라그룹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투명성 확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에 남다른 소신을 갖고 있다는 점도 증권업계 출신 이사 발탁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 후 만도 주가가 급락하자 본인은 물론 임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캠페인을 주도할 만큼 '책임경영'을 중요시하는 오너로 꼽힌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증권업계 출신을 대거 사내ㆍ외 이사로 영입했다는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둘러싼 시장 일각의 우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며 "업종 특성상 주주가치 제고를 제 1의 덕목으로 삼는 증권업계 출신이 사내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여러모로 일반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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