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 시찰, "유해시설 교육영향평가 법제화해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교 인근에 유해시설이 들어설 경우 '교육영향평가'를 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공약 사항인 '교육 그린벨트' 만들기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학교 근처로 입지를 잡았으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건물들이 이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조 교육감은 27일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인근에 위치한 성심여고를 방문해 "학교 인근에 설치되는 대형 유해업소에 대한 '교육영향평가'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학교 주변의 정화구역을 200m로 규정하고 있는 '학교 보건법'을 개정해 정화구역을 250m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이 추진하려고 하는 교육영향평가란 학교 대형 유해업소가 학교 근처에 들어설 경우, 교육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교육청과 학교 등 교육 당국과 협의하도록 하고, 교육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하는 경우 해당 업소를 학교 인근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마사회가 지난달 이전해 온 용산 화상경마장의 경우 주변에 성심여자 중·고등학교, 원효 초등학교, 계성 유치원 등이 위치하고 있어 그동안 교사와 학부모, 학생, 지역 주민들이 교육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개장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이 정한 '학교정화구역(200m 이내)'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현재 일단 '정상'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교육영향평가가 도입되면 이처럼 물리적인 거리 측정만으로 교육에 대한 유해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교육영향평가의 구체적인 지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량평가와 여론조사, 공청회 등 거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교육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체육건강청소년과 사무관은 "아직은 논의 단계지만 200m라는 단순한 잣대로 교육에 대한 유해성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보건법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칠 수 있는 건물들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게 된다.
이에 해당되는 건축계획으로는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불과 20m 떨어진 부지에 대한항공이 지으려 하는 7성급 관광호텔을 들 수 있다. 영등포구에서도 초등학교로부터 81m 떨어진 곳에 특1급이나 2급 호텔이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경우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어, 호텔 건립의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영향평가 도입으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전망이다.
홍용표 성심여고 교사는 "200m라는 단순한 현행법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시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교육영향평가가 도입되면 법 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할지라도 교육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물 등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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