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상장 연기, 보고펀드도 합의한 사안"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LG그룹이 보고펀드가 제기한 'LG실트론 투자손실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LG그룹이 배임 강요 및 명예훼손 등 맞소송을 통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LG그룹-보고펀드간 법적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LG그룹에 따르면 보고펀드가 소송을 제기하며 문제 삼은 부분은 총 3가지로 주주계약서 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 경영상의 판단이 아닌 구본무 회장의 지시로 기업 공개를 중단한 점,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부실을 초래 한 점 등이다.
◆주주계약서 상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보고펀드는 소송을 통해 LG실트론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 ㈜LG가 주주계약서를 체결했고 이에 따라 상장절차를 진행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보고펀드는 지난 2007년 동부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의 지분을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상장 가능성을 점치고 LG그룹과 일체의 사전협의 없이 지분 인수에 나섰는 게 LG측의 주장이다. 당시 주주간 계약서 역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과 보고펀드측이 주주간 계약을 맺은 것은 3년이 지난 2010년 7월이었다. 두 회사는 LG실트론이 상장을 추진할때 가격, 신주공모 및 구주매출 주식 수 등에 대해 주주간 상호 협의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상장 추진 여부 및 시기는 계약 조건 상에 없었다는 것이 LG그룹의 입장이다.
◆최고위 경영진의 지시로 기업공개 중단?= 보고펀드는 LG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직접 LG실트론의 상장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펀드는 소장을 통해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사회를 거쳐 LG실트론의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시로 상장 추진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LG그룹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상장 추진을 중단시킨 장본인이 보고펀드라는 입장이다.
LG그룹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져 LG실트론이 대주주인 ㈜LG와 보고펀드측에 상장 연기를 제안했다"면서 "당시 (주)LG가 찬성했고 보고펀드 역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상장을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10월에는 보고펀드가 기업 공개를 중도 철회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써서 LG측에 전달하며 상장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다 밟았는데 공모가가 기대에 못미친다며 상장 철회를 일방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면서 "LG실트론의 상장이 무산된 것은 보고펀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부실 초래?=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이 무리한 계열사를 지원하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시장 수요가 많았던 2인치, 4인치 웨이퍼 사업 대신 6인치 웨이퍼를 선택했다. 보고펀드는 이를 두고 계열사 LG이노텍을 무리하게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총 1140억원이 투자된 6인치 웨이퍼 사업은 2년 동안 매출 36억원을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태양광, LED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이 각광 받고 있었지만 중국의 공세 등에 밀려 대부분 수익을 내지 못했다. 비슷하게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2인치, 4인치 웨이퍼의 경우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6인치 웨이퍼 사업에 나서게 된 것으로 초기 LG이노텍이라는 안정적 수요처를 갖게 돼 오히려 사업에 도움이 됐던 것"이라며 "당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보고펀드측 이사 2인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두 차례 보고와 승인을 걸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을 두고 말바꾸기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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