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LG실트론 인수금융 만기도래…디폴트 불가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국내 첫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가 '운명의 날'을 맞았다. 현재로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5일 만기가 도래한 LG실트론 인수금융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확실시된다. 2005년 국내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수금융 디폴트가 발생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가 2007년 KTB PE와 컨소시엄을 이뤄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할 당시 금융권에서 빌렸던 2250억원의 인수금융이 이날 만기가 도래한다.
채권단은 이미 2010년에 3년, 2013년에 1년씩 두차례 만기를 연장해 준 상황에서 이번에는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기로 했다.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 50억원이 연체된 상황에서 더이상 만기를 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고펀드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LG실트론 인수금융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며 "오늘부터 인수금융 연체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LG실트론 지분 29.4%를 보고펀드로부터 넘겨받아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LG실트론 실적이 부진한 데다 업황도 좋지 않아 매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펀드의 인수금융 디폴트가 LG실트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2대주주가 바뀌는 것일 뿐 회사의 경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LG실트론 관계자는 "2대주주인 보고펀드의 인수금융이 디폴트가 난다고 해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LG가 보고펀드와 합작을 한 것도 아니고 과거 합작사였던 동부그룹으로부터 보고펀드가 지분을 산 것일 뿐이기 때문에 투자손실의 책임은 당사자인 보고펀드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보고펀드의 앞날이다. 향후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있어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보고펀드 관계자는 "이번 인수금융 디폴트는 우리에게 타격이 크다"며 "차후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펀드는 LG그룹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기업공개(IPO) 취소 등의 책임을 LG그룹에 묻기 위해서는 지루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LG실트론 관계자는 "보고펀드는 2대주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며 "IPO의 경우 당시 유럽 재정위기 등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보고펀드 등의 동의를 거쳐 연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실트론은 엔화 약세와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현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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