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창원 R&D센터 설립 무산 위기 이어 LG실트론 이천공장 증설도 여전히 겹규제에 막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LG그룹이 정부의 정책, 규제 대못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초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로막는 암 덩어리 규제가 수두룩한 것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경남 창원시 등에 당초 계획한 창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동남전시장 부지 매입 비용으로 1년 전 약속한 301억원보다 약 100억원 가량 높은 400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창원 가전공장 인근에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회사 차원에서 인력을 원활하게 수급할 뿐 아니라 현지 고용 창출 등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며 "하지만 지자체가 당초 약속을 깨고 갑자기 부지 매입 비용 인상을 요구해 와 어쩔 수 없이 사업 철회 의사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LG전자는 창원에 2000억원을 투자해 R&D 인재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복합단지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8월 부지를 소유한 산단공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상태였다.
LG전자가 R&D 센터 설립 철회 의사를 밝힌 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이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현재 LG전자와 산단공은 R&D 센터 설립 조건과 관련된 논의를 재개한 상황이다.
LG실트론도 겹규제에 막혀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해 온 반도체 공장 증설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과 가장 가까운 이천 공장을 증설 부지로 선택했는데 현재 산업직접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산지관리법,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환경보전법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LG실트론의 이천 공장 용지는 9만㎡에 달하지만 각종 규제로 현재 전체의 3분의 1만 공장으로 사용하는 상황이다. 이천 공장 증설 길이 열리면 최소 300억원의 투자가 이뤄져 300여명에 이르는 신규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LG실트론 관계자는 "2∼3년 내에 공장을 증설할 계획인데 정부 규제가 겹겹으로 쌓여 있고 불확실성이 제거돼지 않아 계획을 구체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올초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아직까지 이천 공장 증설과 관련해 달라진 상황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경기 화성 사업장 반도체 15, 17라인 연결시설 구축이 어려웠던 삼성전자는 박 대통령의 암 덩어리 규제 발언이 나온 3월 정부가 법령을 바꾸는 대신 법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변경해 투자 시기를 놓치지 않게 됐지만 LG실트론의 경우 여전히 규제로 인해 투자 계획이 막혀 있는 것이다. 해당 규제 해소로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7조원 투자, 8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는 해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1조원 규모의 투자를 확정한 지역인 베트남 북부 박닝성 당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 외에 인력 훈련비, 토지사용료 등 인프라 비용으로 약 3000억동(약 146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항상 기업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구하지만 규제 개혁 등 기업 환경 개선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정부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기업 투자 유치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코리아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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