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회장 일가 부실수사 비난 여론 커지자 결국 사퇴…간부검사 3명도 사표제출 했지만 반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최재경 인천지검장(51)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과 관련한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경제적으로 굵직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많이 맡아 '특수통·소방수·정치검사'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최 지검장은 결국 유 전 회장의 사망과 함께 검찰직을 떠나게 됐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최 지검장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로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 사표를 제출했다.
유 전 회장 일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잇달아 불거진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추적에 총력을 기울였던 유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물러날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이 브리핑을 통해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의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 전 회장이 통나무 벽 안에 숨어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사실을 공개한 직후 사퇴 뜻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에 소속된 김회종 차장검사와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3명도 사표를 제출했지만 최 지검장이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지검장은 후배들에게 세월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44)씨 검거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 지검장과 수사팀 간부들은 청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밤샘근무를 하는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비리와 신병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을 검거할 '결정적 기회'를 여러번 놓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지난달 12일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노인의 변사체를 발견하고도 시신과 유류품에 대한 수사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아 40일이 넘도록 유 전 회장의 신원조차 모르고 있다가 수사력을 낭비해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은 정점에 달했다.
순천 별장 내부 수색 당시 비밀공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나친 점, 상시인력을 배치하지 않아 유 전 회장의 도주로를 열어준 점도 수사의 큰 오점으로 남았다.
최 지검장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대학교를 나와 사시 27회(사법연수원 17기)로 검찰에 발을 들였다. 법무부 검찰2과장,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조실장, 대검 중수부장을 차례로 지내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대검 중수1과장으로 있으면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론스타 사건을 수사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을 지휘했다. 최 지검장이 이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던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있던 2008년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를 수사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2012년에는 대검 중앙수사부 존폐 및 감찰 문제를 놓고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면서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전주·대구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인천지검장에 취임한 최 지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 비리를 3개월 넘게 지휘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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