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인천 AG, 남북 하나 된 24년 전 베이징처럼...

시계아이콘02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인천 AG, 남북 하나 된 24년 전 베이징처럼...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한 선수단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시입장하는 모습[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AD


1990년 9월 23일 오전, 베이징 서남쪽 펑타이 구장. 전날 공인체육장에서 열린 제11회 하계 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 취재를 마친 글쓴이는 숙소인 오주대반점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아침 일찍 취재 차량에 올라 그곳에 당도했다. 이미 남북 양 측 응원단이 1루 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열띤 응원을 벌였다. 세련된 응원단장 옷을 갖춰 입은 ‘뽀빠이’ 이상룡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다소 촌스러운 복장의 북 측 응원단장도 열심히 응원을 이끌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많은 인원이었다.

사실 글쓴이는 그날 뒤 다시는 그 경기장에 가지 않았다. 소프트볼 선수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한국 소프트볼 경기력이 중국,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크게 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중국에 0-10, 일본에 0-9로 졌다. 북한에만 2승(1-0 2-0)을 거뒀을 뿐 2승6패(7득점 47실점)로 출전한 다섯 나라 가운데 4위를 했다.


개막 이틀째 가장 이른 시간에 남북 경기가 있었다. 남북 공동 응원이 예정돼 있었기에 글쓴이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뒤에 보니 이 경기장은 2006년 개수 공사를 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사용했다. 베이징에 건설된 첫 번째 올림픽 시설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수용규모가 1만3000여 명이니 남북 경기가 열린 그날 1루 쪽 관중석에 모여 있던 양 측 응원단의 규모는 1천여 명이었을 듯하다.

단순한 경기장 스케치만으로는 기사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스탠드로 올라가 북 측 응원단 몇몇을 인터뷰했다. 빨간 바탕에 검은색 체크무늬 투피스를 곱게 차려입은 여성에게 먼저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왔습니다. 스포츠서울 기자입니다.” 20대 초반의 예쁘장한 이 여성은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눈치 빠른 글쓴이가 얼른 상황을 파악했다. “운동 신문입니다.”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에서 어떻게 오셨습니까.”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왔습니다. 꽤 많이 왔는데 모두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초판 마감 시간에 쫓겨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질문에 이 여성은 상냥하게 답했다. “대학을 나와 평양에 있는 기업소(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슨 대학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2년제였다는 건 확실하다. “외국에는 처음 나왔습니다.” “남쪽 사람도 처음 봅니다.” 하기는 글쓴이도 1987년 2월 뉴델리(인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그해 11월 에센(서독)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만난 선수단 임원과 선수 몇몇(이들 가운데에는 뒷날 탈북한 선수도 있다)이 그동안 만난 북한 사람의 전부였다.


메인 프레스센터로 연결되는 직통 전화를 들고 기사를 부르기 시작했다. “남과 북은 23일 베이징 펑타이 구장에서 역사적인 남북 공동 응원이 펼쳐지는 가운데 소프트볼 경기를 갖고… ” 이후 기사에서 ‘역사적인’이라는 표현이 두어 번 더 나온 듯하다. 기사를 받고 있던 동기 녀석이 “야, 네 기사대로 하면 통일이 다 된 것 같다”며 핀잔을 퍼부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를 몇 차례 치렀지만 이날만큼은 나도 모르게 좀 흥분했던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남과 북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고 처음으로 공동 응원을 편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가 시작됐다. 응원은 응원, 남과 북은 여러 종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메달 레이스를 벌였다. 이 대회 남북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탁구 남자 단체 결승전이었다. 한국은 예선 리그를 3연승으로 통과한 뒤 준준결승에서 홍콩을 5-1, 준결승에서 일본을 5-0으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또 다른 준결승에서 북한은 마원거, 천룽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홈 테이블의 중국을 5-1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 무렵 북한 남자 탁구는 세계적인 수비수 리근상, 뒷날 리분희의 남편이 되는 김성희 등이 이끌고 있었다.


당시 남자 단체전은 세 명의 선수가 나서서 돌려붙는 9단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접전이 펼쳐지면 4시간이 훌쩍 넘는 경기가 종종 나왔다. 이 경기도 그랬다. 한국과 북한은 게임 스코어 4-4로 팽팽히 맞섰고, 마지막 9번 단식에서 김택수가 북한의 신예 최경섭과 맞붙었다. 김택수는 첫 세트를 21-13으로 따 손쉽게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에서 일방적으로 몰려 15-21로 세트를 내줬고, 마지막 세트에서도 1-8, 3-9로 계속 밀렸다. 하지만 승리를 자신한 최경섭의 무리한 공격이 실수로 이어지면서 김택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내리 7점을 뽑아 10-9로 역전했다. 최종 스코어는 21-19였다. 한국은 다섯 시간에 걸친 대접전 끝에 대회 2연속 우승을 이뤘다.

이렇듯 열전이 이어졌고 대회가 종반에 접어든 어느 날 아운촌(亞運村·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 인근 류경식당에서 남북 유도 관계자들이 함께한 저녁 모임이 있었다. 자리에는 대회 초반 만난 응원단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여성 응원단 몇 명이 있었다. 평양음악무용대학, 청진사범대학 학생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이 여성들은 한눈에 봐도 뽑혀 온 게 확실한,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2000년대 들어 세 차례 남녘에 온 ‘미녀 응원단’의 원조라고나 할까.


이 대회 이후 화해 분위기를 탄 남북은 그해 10월 평양과 서울에서 ‘남북통일축구경기대회’를 열었다. 이듬해인 1991년에는 단일팀 ‘코리아’를 만들어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오늘날 FIFA U-20 남자 월드컵) 8강의 빛나는 성과를 냈다.


9월 19일 개막하는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가 문제로 남북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남북이 원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스포츠가 24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경색된 남북 관계를 푸는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