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차 등 특허괴물 먹잇감 전방위 확산…특허경쟁력이 최고의 공격 신중론도 비등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관리전문회사(NPE), 즉 '특허괴물(Patent troll)'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최근 특허괴물의 소송이 더욱 대형화, 지능화되고 이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소송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자동차,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특허괴물은 750개가 넘는다. 특허괴물이 제기한 특허소송은 2004년 235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3년 3134건으로 1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피소기업도 634개에서 4594개로 7배가량 증가했다. 특허괴물의 특허소송은 대체로 ICT산업에 집중돼왔다. 2009~2013년간 애플(191건), 삼성전자 (152건), 휼렛패커드(HPㆍ150건), AT&T(147건), 델(140건) 등이 상위 1~5위를 차지했고, LG전자는 117건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확산추세다. 이미 국내서 악명이 높은 인터디지털의 경우, 삼성전자가 2009~2011년 로열티로 4억달러를 지급했고 LG전자는 2억8500만달러를 지불했다. 2010년 한 해에만 2억3800만달러의 수익 중 절반가량인 44.5%를 국내 기업에서 가져갔다. 인터디지털의 경우 1500여건에 이르는 국내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에 ICT 접목이 증가하면서 현대자동차(46건), 기아자동차(24건ㆍ이상 2013년 5월 현재)의 피소도 증가추세다. 현대차는 지난해 크리어위드컴퓨터스(CWC)와의 특허소송에 져 1150만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지난 3월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노키아를 인수한 후 노키아의 특허를 활용해 국내 업체를 견제할 수 있다고 보고 MS가 노키아 특허를 함께 인수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승인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손해배상 차원을 넘어서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사업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특허분쟁을 전략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도 "최근 표준특허권자의 잠재적 실시자(Licensee)에 대한 특허침해 금지청구(Injunction)가 글로벌 경쟁법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허침해 금지청구는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의 제조ㆍ판매는 물론 수출, 수입까지 금지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는 특허괴물을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데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있다. NPE는 과도한 로열티와 천문학적인 소송비용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지식재산권의 광범위한 보장에 기여하는 장점도 있다.
앞서 공정위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은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도 NPE 관련 제도개선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NPE 규제의 제한적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부작용으로 창조경제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규제를 당부했다. 실제 국내 특허침해소송에서 특허가 무효로 인정된 비율은 2009년 기준 약 78%에 달하며, 특허권자가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는 11%에 불과할 정도로 특허권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노대래 공정위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표준특허 숫자가 다른 나라에 대응하기에는 좀 적다"면서 "먼저 끌고 가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 하는 추세를 보면서 같이 보조를 맞추면서 가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