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은 독일과 함께 중소기업이 강한 대표적인 국가다. 하지만 심각한 고령화는 일본 경제의 강점인 중소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후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쇼코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2만8943개의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았다. 도쿄쇼코 리서치의 도모다 노부오 이사는 문 닫은 중소기업들이 증가한 큰 이유가 후계자를 찾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자손들이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성장한 소규모 장수기업을 뜻하는 시니세(老鋪)라고 불리는 특유의 기업 문화가 존재하기도 한다. 시니세는 일본을 중소기업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직원 수 10명 이하의 소기업이 100만개 가까이 존재하는 근간이 바로 시니세인 셈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고령의 기업주가 가업을 물려받을 후손을 찾지 못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일본 자영업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70대다. 가업을 이을 자손을 찾지 못 해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가업을 이으면서 심각한 고령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중소기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 중 고령의 사업주가 은퇴할 때 가족들이 가업을 잇는 경우는 42.5%다. 가족이 아닌 인물이 사업을 잇는 경우는 14.6%에 불과하다.
예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비율은 많지 않은 셈이다. 아예 다른 기업에 인수돼 경영권이 넘어가는 경우도 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후손 중에서는 가업을 이을만한 사람을 찾지 못 하면서 아예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 숫자는 1999년에서 2012년 사이 20% 줄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중소기업들이 사라지면서 일본의 지역 경제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편에서는 외국계 펀드 중에서는 되레 이들 후계자를 찾지 못 하는 기업들에 투자할 기회를 찾는 펀드들도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이민자를 좀더 수용하는 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고 결국 외국인들이 경쟁력있는 일본 가업승계 기업들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틱그룹의 사모투자 계열사인 시틱캐피털파트너스재팬의 나가노 히로노부 이사는 "투자 가능한 일본 기업들을 1년에 200~300개씩 살펴보고 있다"며 "이들 기업 중 약 80%는 후계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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