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 현장 구 전남도청에 선 지역 고등학생~중국 최고 스타작가의 화폭에 담겨"
"2014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류 샤우동 광주에서 한달간 작업 중"
"주비엔날레 기간 2전시실서 대형 페인팅 작품 ‘시간’으로 선봬 "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하지 않았던 십대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나고 자란 도시에서 일어난 ‘그 역사적 사건’은 어떤 의미일까?
2014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인 중국 최고 스타 작가 류 샤우동이 광주에서 머물며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을 담아내는 레지던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광주에서 시작된 류 샤우동의 프로젝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했던 구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광주의 10대들을 그리는 대형 페인팅 작업이다.
구 전남도청 분수대 인근에 흰 천막으로 가로 2m x 세로 2m 남짓한 작업실을 만든 작가는 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 5명을 모델로 매일 4시간 씩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다.
리서치를 마치고 이달 2일부터 시작된 회화 작업은 어느새 막바지에 들어섰다. 34년 전 치열했던 구 전남도청이 중국 대표 스타 작가의 붓 끝을 통해 화폭 안에 되살아났다.
캔버스 안의 주인공은 당시를 체화했던 이들이 아닌, 2000년대를 살아가는 10대이다.
비록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진 않았지만 부모님 세대와 교과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다는 조우영(남·금호고3), 전진성(남·풍암고3), 박창희(여·광주여고3), 정주연(여·상무고3), 길준수(남·광주고3)군은 독재에 항거하는 함성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던 34년 전 그곳에 섰다.
7월 2일 중국 최고 스타 작가와 처음 만났던 날, 비가 주룩 주룩 내린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바닥에 눕는 등 포즈를 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술대학 지망생인 조우영 학생은 “교과서로마나 배웠던 광주민주화운동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너무 의미 있다”며 “어른세대들의 민주화에 대한 희생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고 광주에서 나고 자란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레지던시의 결과물은 ‘시간’이라는 타이틀로 가로 300㎝ x 세로 240㎝ 대규모 회화로 완성돼 전시 기간 동안 2전시실에 선보이게 된다.
60㎝ x 세로 60㎝ 크기의 패널 20개를 가로 5개, 세로 4개로 배열하면 거대한 한 폭의 작품이 되는 형식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에는 이를 겪지 않았던 10대들이 배치되면서 상충되는 비극과 함께 절제된 슬픔이 배어나온다.
매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 류 샤우동은 “지난달 말부터 광주에 들어와 망월동 국립묘지 등을 둘러보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은 리서치를 했다”며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한달 간 머물며 그 현장을 담아내는 작업은 ‘시간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류 샤우동은 1990년대 붐을 이룬 중국의 네오-리얼리스트의 작가들 중 선구적 위치에 있으면서 구상회화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중앙예술학교에서 석사(1988)와 박사(1995) 학위를 받았으며 제47회 베니스 비엔날레(1997), 제15회 시드니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2000, 2010) 등 많은 그룹전에 초대받아 전시했다.
한편 류 샤우동은 오는 18일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광주를 떠날 예정이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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