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품 회사원, 전날 술먹고 새벽에 회사 취침…“사죄 반성문 요구는 정당하지 않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화학제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밤을 새워 술을 마신 뒤 새벽에 회사에 들어와 취침했을 때 감급(減給) 징계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영철)는 전주의 한 화학제품 제조회사에 근무하는 전모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전씨는 지난 2011년 8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지 않은 채 다음 날 새벽 5시30분 회사에 들어와 탈의실에서 취침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씨와 다른 2명은 2011년 8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지 않고 다음 날 새벽 4시30분께 회사에 들어와 탈의실에서 취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진술서를 통해 집으로 돌아갈 경우 출근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회사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회사는 음주 후 사내취침과 관련해 2011년 9월 시말서 제출을 독촉했지만 이에 불응하자 감급(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자발적으로 사죄의 내용이 포함된 시말서를 제출했다면 감봉 징계처분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 등은 부당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사죄의 내용이 포함된 시말서 제출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원심은 회사가 원고에게 제출 요구한 시말서는 사죄와 반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봤다”면서 “(시말서 제출 거부를 정당한 징계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씨 등에게 감급 1개월 징계처분을 내린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2심은 “징계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회사는 위험물을 연료로 투입해 화학반응을 통해 플라스틱 첨가제를 생산하는 회사”라며 “위험성 때문에 제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안전수칙의 준수가 고도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음주상태에서 허락 없이 새벽에 회사를 출입해 업무와 무관한 취침을 위해 시설물을 이용한 행위는 사고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사고 위험을 초래한 행위”라면서 “감급 1월의 징계처분은 결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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