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낙동강에 예년보다 40여일이나 빨리 녹조가 발생하는 등 전국에 녹조 비상이 걸렸다. 매년 심각해지는 녹조문제에도 정부는 10년도 더 된 조류관리제도를 유지하는 등 지자체보다도 미온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 수질관리팀은 녹조에 따른 상수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으로 분주하다. 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는 올해 처음 팔당호 녹조 관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가동하기로 했다. 본부는 지난 2일 "한강물환경연구소가 지난달 23일 남한강 수질을 측정한 결과 '클로로필-a'는 1㎥당 53.5㎎, '남조류 세포 수'는 1㎖당 640cell로 예년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가 측정됐다"며 조류관심단계를 발령했다. 이는 환경부에서 운영 중인 조류경보제보다 강화된 경기도 자체 경보제에 따른 조치다.
경기도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녹조 제거 등 실제 현장 관리를 하다 보니 앞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보다 강화된 경보체제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 기준에 따른 조류경보는 수질검사 결과 클로로필-a 등 조류발생 물질이 두 번 연속 기준치를 초과해야 발령된다. 관계자는 "수질조사 후 데이터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리는데 2번 연속 기준을 초과하기 전에 녹조가 순식간에 번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환경부의 조류관리제도에 없는 '냄새경보제'를 운용 중이다. 시 수질정책팀 관계자는 "조류경보가 발령이 되기 전에도 수돗물 냄새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주의보'→'경보'→'대발생' 3단계로 된 냄새경보제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경보가 아닌 냄새주의보만 발령되어도 정수처리장에 분말활성탄 등을 투입해 사전에 피해를 차단하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이같이 수질관리에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환경부는 1998년부터 운용돼온 조류관리제도를 고수하는 등 대책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류관리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조류 전문가포럼을 계획하고 있다"며 "오는 10~11월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연말쯤 개선방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녹조 발생의 원인을 이상기후 탓으로만 돌리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녹조 발생의 원인은 크게 수온, 일사량, 오염물질, 체류시간 4가지로 분류된다. 정부는 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과 유독 적은 강수량이 녹조가 심각해진 원인이라고 보는 데 반해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보(洑)가 녹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영산강에서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태형동물이 대량 번식 중인 것이 발견됐다"라며 "4대강사업 이후 영산강에 저수성 및 외래종이 급격히 늘고 수질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으로 보가 만들어지면서 녹조현상이 한층 심해졌음에도 정부는 이상기후가 원인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정부는 영산강이 원래 녹조에 취약한 강이라고도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당초 취약한 조건을 가진 강에 맞지 않는 사업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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