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교도소 화장실 안전철망 설치행위 기본권 침해 아니다"…"불이익은 채광·통풍 제한되는 정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화 '올드보이' 얘기가 아니다. 현실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외부로 통하는 작은 창이 있어 풍경을 볼 수도 있고, 바람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법무부 지시에 따라 각 교도소 화장실 창문에 새로운 '안전철망'이 추가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2010년 5월의 일이다. 새로운 안전철망이 추가된 이후 햇볕도 바람도 느끼기 어렵다. 햇살도 튕겨내고 바람도 막아서는 작지만 큰 장벽이었다. 답답함을 호소하던 누군가가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구했다.
결론은 그냥 그대로 살라는 것이다. 명분은 있다. 안전을 위해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얘기다.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 독거실에 수용됐던 A씨는 교도소 창문 설치행위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기에 햇볕을 느끼거나 바람을 느낄 자유도 박탈해야 할까. 논쟁이 될 만한 사안이지만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헌재는 "수용자의 자살을 방지해 생명권을 보호하고 교정시설 내 안전과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안전철망 설치 이후 화장실 창문 철격자를 이용한 자살사고는 2011년 11건, 2012년 4건, 2013년 7건으로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밖을 보고 싶은, 햇볕을 느끼고 싶은 욕구에 대해서는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헌재는 "매일 30분 내지 1시간에 이르는 실외운동시간에 햇빛을 볼 수 있다"면서 "청구인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은 채광·통풍이 다소 제한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교도소 수용자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헌재 결정은 교도소 내 시설과 관련한 수용자 환경권에 대한 첫 번째 결정이다.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사안이었지만, 법의 판단은 그냥 그대로 살라는 것이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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