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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서? 답답해서? 억울해서?…국민은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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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얼룩진 '눈물정치', 정서적 교감없인 '악어의 눈물'…위기 모면 아닌 언행일치 모습 보여줘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1. '피겨여왕' 김연아가 눈물을 흘렸다. 지난 2월21일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결승 무대. 그는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를 응원하던 국민을 오히려 위로했던 김연아도 무대 뒤편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의 모습이 TV카메라에 잡혔다. 이를 지켜본 국민은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감정을 경험했다.


#2.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눈물을 흘렸다. 5월12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대회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정몽준 후보는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눈물을 쏟아낸 그의 모습은 다음날 주요 신문 사진기사로 일제히 보도됐다.

#3. 사퇴 번복 논란의 주인공인 정홍원 국무총리는 6월27일 유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전남 진도를 방문했다. 그는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정 총리는 방문 전날 "언론에 요란하게 하지 말고 기존에 갔던 것처럼 최소 인원으로 조용히 다녀오자"고 얘기했지만, 그의 '굵은 눈물'은 언론에 클로즈업됐다.


'눈물'은 한국인의 정서를 관통하는 소재다. 김연아 사례처럼 누군가의 눈물은 국민과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낸다. 눈물 흘리는 사람을 지켜보며 안타까움, 미안함, 고마움에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반면 정치인이나 공직자에게 '눈물'은 양날의 칼이다. 시민과 정서적 교감을 보여주는 탁월한 소재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유약한 이미지를 상징한다.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할 때 공직자(정치인)의 눈물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눈물까지 흘리며 진심을 호소하는 상대를 향해 '매정한 잣대'를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2014년 상반기는 유독 눈물을 흘린 공직자가 많다.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눈물은 어김없이 언론의 뉴스 소재가 됐다.


따라서 눈물의 과잉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잘못을 벗어나고자 '눈물마케팅'을 벌인다는 시선이다. 심지어 '○○즙'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진심이 담긴 자연스러운 눈물이 아니라 억지로 짜내서 만들어낸 눈물이라는 비판이다.


당사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았기에 섣불리 '악어의 눈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눈물에 관대한 모습을 보였던 국민의 반응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여전히 공직자의 눈물을 통한 정서적 호소가 통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로 인식하는 시선도 있다.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송경재 교수는 "공직자 눈물도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국가슬픔에 공유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억울함에 대한 눈물이라면 얘기는 다르다"면서 "자기항변의 눈물은 감성정치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의 눈물이 의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눈물 흘릴 때와는 다른 행동 때문이다. 가슴으로 아파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다가도 돌아서면 변함없는 불통과 독선의 행보가 이어져서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눈물을 흘리는 공직자를 보면서 국민은 무심한 것 같아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인지 위기를 모면하고자 쥐어짜서 나오는 눈물인지 금방 안다"면서 "인간의 가장 순수한 모습인 눈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곤란하다. 국민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다면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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