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 운용규모 3000억달러로 확대 땐 年 250억달러 이상 수익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최대 수천조원까지 예상되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조달하는데 한국투자공사(KIC)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추흥식 KIC 투자운용본부장(CIO)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통일, 국부펀드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통일대박 제2차 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보완적 수단으로 KIC를 언급했다. KIC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법과 제도를 바꿔 투자재원을 확대하면 자체 수익금만으로도 통일재원 조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KIC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20억달러(약 78조원)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8.27%로 집계됐다. 투자수익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54억달러를 벌어들여 투자 개시 이후 총 투자수익은 120억달러를 기록했다.
추 본부장은 "KIC의 운용규모가 3000억달러로 늘어난다면 8%대의 수익률로 연간 25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앞으로 채권과 수익을 줄이고 대체자산을 늘려 수익률을 연평균 10%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 수익금을 통일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KIC의 운용자금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서 조달되는 만큼 이 규모를 늘리려면 국회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통일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통일 후 20년간 연간 17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알려진 바와 달리 북한 지역 인프라 개발보다 이전성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추 본부장은 "통일 비용의 80%는 생계비, 교육비 등 이전성 비용으로 빠른 시간내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지 않아 소모적인 성격을 띈다"며 "KIC의 연도별 수익에 의해 이를 충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조달러에 육박하는 전세계 국부펀드를 유치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추 본부장은 "매년 5%의 자금을 각국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세계 국부펀드의 자금을 단 1%만 유치해도 통일 후 소요될 연간 인프라 비용 24조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 본부장은 통일 후 비용 조달 방안으로 ▲조세수입의 증대 ▲해외 차관 확대 ▲국채 발행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조세수입 증대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조세수입은 연간 250조원 수준으로 GDP대비 조세수입이 OECD 평균에 비해 2∼3% 낮아 앞으로 조세 수입을 늘릴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세저항 등을 고려할 때 모든 비용을 조세로 충당하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 차관 발행에 대해서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간 1∼2조원 수준을 넘기 힘들어 자금여력이 부족한 한계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국채발행의 경우 거액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현재 국가 채무가 12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추가적인 발행이 국가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통일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어 지금과 같은 저금리로 차입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차입여건이 양호한 현시점에 외화자산을 충분히 늘려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추 본부장은 "KIC의 임무는 외환보유액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국부를 적립하는 데 있다"면서 "운용규모가 빠른 시일내 확대된다면 통일과정에서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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