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임금 상승률이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한다. 봉급생활자의 주머니 사정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샐러리맨의 임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사실상 정체 상태로 '임금없는 성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경제 발전과 기업 성장에 근로자들이 기여를 했지만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1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평균 299만4043원으로 1년 전의 294만2146만원보다 5만1897원(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1년 4분기(-2.4%)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2008년부터 정체 내지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연구원은 2007~2012년 사이 실질임금이 2.3% 줄었다고 밝혔다. 그전에는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실질임금이 늘지 않으면 임금 근로자의 삶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치솟는 전월세값, 교육비 부담에 임금마저 제자리이면 소비를 늘리는 것은 어렵다. 가계소득 정체-소비 침체-내수 부진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민간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려면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적절한 임금인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벌어들인 돈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두고 있다.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기준 471조원이다. 전년의 430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에는 인색했다. 30대 그룹의 1분기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삼성을 제외하면 외려 4% 줄었다. 배당성향도 11.7%(올 3월기준)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사내유보금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기업이 돈을 쌓아 놓을 게 아니라 투자, 배당, 임금 등으로 선순환시켜서 소비 증가-내수 활성화-생산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임금을 단순히 비용 증가의 부정적 측면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성장의 과실을 근로자에게 돌려준다면 근로의욕을 북돋아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업의 전향적 경영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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