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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은 어떻게 나치 전범에서 위대한 마에스토로로 변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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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레브레히트 '거장신화'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카라얀은 어떻게 나치 전범에서 위대한 마에스토로로 변신했나"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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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마에스토로'로 손꼽히는 카라얀은 나치 전범 중 한명이다. 그는 괴벨스 휘하에서 비밀경찰요원으로 활동하며 다른 음악가들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을 만큼 위중했다. 괴벨스 선전문서에는 '기적의 카라얀'이라는 극찬과 함께 '아리아인의 위대함을 상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다가 음반기획가에 이끌려 영국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주로 작업했다. 평소 카라얀은 녹음 스튜디오를 경멸했으나 곧바로 클래식 음악의 상업 노선에 편승했다. 스튜디오는 그의 음악적 미래를 열어줬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나치 전범이라는 경력을 가려줬다. 이처럼 과거를 세탁한 그는 엄청난 부와 음악적 복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는 늘상 나르시즘에 취해 있었으며 주변에는 동성애자들이 들끓었다. 요트와 스포츠카를 몰았고, 아내에게는 피카소, 르느아르의 그림은 물론 커다란 보석을 서슴없이 선물할만큼 사치스러웠다. 또한 왕의 행렬처럼 수행원, 헤비급 권투선수 출신 경호원 등을 거느리고 다녔다.

사후에 드러난 그의 재산은 최소 5억마르크, 당시 위대한 지휘자라도 정상적으로 모을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이다. 그의 거주지는 스위스로 돼 있었으며 재산은 모두 세금 도피처에 숨겨져 있었다. 그는 1960년대 음반업계 지배자로 LP에서 CD, 디지털 녹음 등 클래식 음악의 상업적 변화속에서 성공을 구가했다.


결국 음반산업의 팽창은 음악 권력, 돈과 명예를 소수에게 집중시켰다. 또한 새로운 지휘자의 등장을 봉쇄했으며 연주의 질을 표준화시켰다. 지휘 전통은 허물어졌고 오케스트라는 생존에 급급, 클래식 음악의 위기로 이어졌다.

영국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노먼 레브레히트'가 쓴 '거장 신화-클래식 음악의 종말과 권력을 추구한 위대한 지휘자들'이라는 저술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위기를 한 세기에 걸친 지휘자들의 절대권력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낸다. 또한 위대한 지휘자에 대한 숭배, 즉 '마에스트로 현상'이 거대 음악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중반 이전, 비발디, 바흐, 헨델 등 클래식 음악의 창시자들은 연주자들과 바이올린이나 건반 악기로 협주곡을 이끌었다. 이후 복잡해진 악보와 방대해진 오케스트라를 일사분란하게 지휘하지 못하는 작곡가들이 생겨나면서 지휘가 분화됐다. 1865년 바그너는 '트라스탄과 이졸데' 초연을 한스 폰 발로에게 지휘를 맡긴 것을 계기로 지휘권을 넘겼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휘자들이 생겨났으며 게오르그 솔티, 브루노 발터, 오토 클렘페러, 토스카니니 등 거장들이 태어났다. 지휘자들은 위대한 작곡가의 작품을 살려내 환호와 신비로움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지휘자들은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토스카니니의 경우 악보가 맘에 들지 않으면 직접 수정할 정도였다.


클래식 음악계는 절대권력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지금껏 논쟁중이다. '작곡가의 충실한 전달자인가 ? 또다른 창조자인가 ?' 저자는 이 책에서 지휘자에게 무릎 끓은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낸다. 또한 위대한 거장들의 뒷 담화, 부패상 등을 흥미롭게 펼치고 있다.


1950∼60년대 클래식 음악은 음반 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늘날 클래식 음반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또한 이름값만으로 콘서트장의 티켓을 매진시키거나 음반이 팔리게 하는 지휘자들도 거의 없다. 클래식 음악은 마침내 절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저자는 "지휘권력의 극대화"가 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 대중음악의 성장 그리고 인터넷시대로 상징되는 사회 환경, 이윤 추구에 급급한 음악 산업도 클색식 음악을 몰락시키는데 일조했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저자는 "지휘자 권력이 음악계 내부에 균열을 가함으로써 민주적 소통 및 음악 본연의 정신 등을 잃게 한 것이 클래식 음악을 몰락시킨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음악 관련서로 읽혀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의 성장과 몰락이라는 인문학적 고찰이 돋보인다. 순수예술의 결정체인 클래식 음악을 통해 권력의 면모를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김재용 옮김/펜타그램 출간/값 2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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