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국민 세금(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왔다. 벌써 네 번째다. 정부는 세 차례의 매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값을 받고 팔아 국민 세금을 축내지 않음은 물론 은행 경영을 제대로 할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매각 방식은 진일보했다. 과거처럼 덩치 큰 금융지주사를 통째로 내놓지 않고 1차로 경남ㆍ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떼어 팔았다. 우리은행도 금융지주와 합병한 뒤 보유지분 56.97%를 경영권 지분(30%)과 소수 지분(26.97%)으로 나눠 매각한다. 소수 지분은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부터 원하는 물량만큼 쪼개 판다. 주당 0.5주를 싸게 더 살 수 있는 '당근(콜옵션)'까지 준다니 소수 지분은 팔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건은 30%를 묶음으로 파는 경영권 지분 매각이다. 거액이 필요한 데다 적어도 두 곳 이상이 나서야 유효경쟁이 성립된다. 우리금융의 주가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3조원 정도를 동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데가 있느냐는 것이다. 일찍이 의사를 밝힌 교보생명도 출자 규제 때문에 인수자금 절반을 댈 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으로 조기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을 내세웠다. 2001년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는 2010년부터 시도한 매각이 잇따라 실패함으로써 13년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조기 민영화도, 국민세금 회수의 극대화 시기도 놓쳤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매각 실패가 잦으면 매물의 가치는 떨어진다. 늦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면밀한 계획과 차질없는 실행이 요구된다.
정부는 소수 지분 매각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허나 증시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다른 금융회사들도 저금리 상황에서 자금 운용에 애로를 겪는 등 어렵다. 매각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로 잡은 경영권 지분 매각이 이뤄지는 동시에 경영권을 확실하게 민간에 넘겨야 한다. 괜히 은행장 인사 등에 관여하거나 낙하산 인사로 경영을 망치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직(職)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책임지고 약속을 이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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