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퇴직관료가 2009년 이후 5년여 동안 684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안전행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같은 기간 재취업한 퇴직관료 총 1472명의 46%에 해당한다. 퇴직관료 중 대략 절반 정도가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한 취업심사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얘기다.
퇴직관료들이 이처럼 취업심사 절차를 우습게 아는 것은 처벌이 솜방망이이기 때문이다. 취업심사가 허술하다는 비판에 따라 2011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도입된 과태료도 500만원 이하에 불과하다.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에 재취업 기회를 얻은 퇴직관료로 하여금 그 기회를 포기하게 하기엔 너무 적은 금액이다.
더군다나 이런 소액의 과태료마저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2011년 이후 3년여 동안 심사를 기피하고 재취업한 227명의 퇴직관료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람은 15%인 34명에 그쳤다. 부과된 과태료 금액을 보면 34명 중 30명은 300만원 이하, 3명은 400만원이다. 나머지 1명만 최고액인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정부가 '고의성이 없다'거나 '생계형 재취업'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과태료 부과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관피아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이 시급한 국가개혁 과제로 대두돼 퇴직관료의 재취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작업이 정부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 개정안은 현행 법령보다는 다소 강화됐지만 솜방망이이기는 마찬가지다. 과태료 금액을 현재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을 뿐이다. 이를 보고 '물가연동제냐'고 비웃는 소리도 들린다. 변호사ㆍ회계사ㆍ세무사 자격증 소지자는 취업심사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기로 한 것과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소폭 확대하는 데 그친 것도 정부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 셀프개혁'의 한계를 드러낸 정부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줘서는 안 된다. 여야는 관피아의 근원인 퇴직관료 재취업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실현시킬 강력한 새 공직자윤리법을 국회 주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