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 ‘장래퇴직급여’도 재산분할 대상일까…대법원, TV생중계로 공개 변론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부부가 이혼을 할 때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장래 퇴직급여도 배우자와 나눠야 할까. 재산분할의 상식을 깨뜨리는 의문을 둘러싼 소송전이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1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한국정책방송(KTV) 등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재산을 나눠야 한다는 점은 상식이다. 그러나 퇴직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래 퇴직급여를 나눠야 한다는 주장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할 만큼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결과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사안이다.
남편인 교사 A씨는 부인인 연구원 B씨와 자신의 장래 퇴직급여도 재산분할이 돼야 한다면서 소송을 벌였고,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이혼에 따라 재산분할과 위자료, 양육비 등을 B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2심을 통해 재산분할을 이유로 B씨에게 2억 2138만원을 지급하고, 위자료로 5000만원, 자녀 2명의 과거 양육비로 4000만원, 장래 양육비로 자녀가 성년에 이를 때까지 각각 100만원씩을 매달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자녀 양육은 B씨가 하기로 했다.
A씨는 교사로서 월 수입은 280만원이고, B씨는 연구원으로서 월 수입은 460만원이다. A씨는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장래 퇴직급여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퇴직급여가 후불임금 성격을 가지는 한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장래의 퇴직급여 등은 상당할 정도로 확실한 현존하는 가치를 가지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인 A씨보다 부인인 B씨의 월소득이 더 많다. 만약 서로의 장래퇴직급여를 미리 나눠야 할 경우 남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퇴직하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받을 것을 전제로 미리 퇴직금을 나눠 갖겠다는 주장은 반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퇴직금은 다니고 있는 회사가 부도 등으로 문을 닫게 될 경우 100%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3년치 퇴직급여는 법으로 보장받지만 그 이상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B씨 변호인은 “장래 퇴직급여는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재산분할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와 노후대책을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의견이 오갔다. 남편 측 참고인 현소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래의 퇴직급여채권은 불확정기한부 채권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장래 퇴직급여채권의 현재 가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에 퇴직하는 것을 전제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래 퇴직급여의 재산분할 자체는 동의하면서도 가치는 미래의 정년퇴임을 전제로 산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부인 측 참고인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 제833조를 보면 임금에 대해 상대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퇴직급여에 대하여도 상대 배우자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철웅 교수는 “이혼시점에서 미리 분할 비율을 정해야 하고 나중에 사정변경에 따라 분할비율을 변경할 수 없는 재산분할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장래 퇴직급여채권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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