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근로자들이 잔업 및 특근거부를 했다고 해서 업무방해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최모씨 등 금속노조 신라정밀지회 노조원 7명에 대한 업무방해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혐의와 관련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16일 밝혔다.
최씨 등은 사측이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2008년 4월부터 6월까지 조합원 48명으로 하여금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최씨 등은 조합원 과반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해야 함에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채 집단적으로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았다.
상당수 신라정밀 조합원이 잔업 및 특근을 거부했지만, 조합원 모두가 동시에 일제히 거부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리직 직원 25~30명과 중국인 노동자 7명 등 대체인력을 통해 생산작업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2심 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집단적으로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원심 판결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대체 인력 투입 등을 통해 이 사건 잔업 및 특근 거부 기간 중에도 계속 생산 및 매출이 이뤄졌다”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잔업 및 특근 거부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잔업 및 특근 거부가 업무방해죄 성립에 필요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1년 3월)에서 선언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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