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인 설립 미루고 각 국 자회사에서 한국行 노선 취행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에어아시아가 한국 법인 설립을 미루고 각 국 자회사를 통한 한국 공략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에 이어 태국과 우리나라를 잇는 항공 노선을 개설하는 등 한국 노선 확대에 나섰다.
◆에어아시아의 역공 "한국법인 설립 미룬다"= 에어아시아그룹 내 장거리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X(엑스)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자회사인 타이에어아시아X가 인천공항과 방콕 돈므앙 공항을 잇는 노선에 16일부터 취항했다고 18일 밝혔다.
타이에어아시아X는 이날부터 A330-300(377석)을 투입해 인천~방콕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또한 나다 브라나시리 타이 에어아시아X 대표는 이날 인천~방콕간 편도 항공권을 총액 운임 기준 8만9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그룹은 이번 타이에어아시아X의 취항으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태국에서도 한국 노선을 갖게 됐다.
에어아시아그룹은 한국 법인인 '에어아시아코리아'(가칭)을 설립하려 했으나 항공법상 외국계 기업이 항공사의 경영권을 가져 갈 수 없다는 점에서 추진이 지지부진되면서 각 국 자회사를 통해 한국 공략에 나섰다.
아즈란 오스만 라니 대표는 "현재 에어아시아그룹은 에어아시아제스트, 에어아시아인디아의 정착에 우선 목표"라며 "설립 계획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계획은 추진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같은 활동에 따라 에어아시아그룹은 연내 인도네시아에어아시아X도 설립해 한국 노선 취항에 나설 예정이다.
아즈란 대표는 "에어아시아X 차원에서는 에어아시아가 국내선 및 국제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아시아 "서비스 개선부터 해야"= 이같은 에어아시아의 공격적인 진출에 대해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운수권이 양국 항공협정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적사를 위한 자산임에도, 에어아시아는 여러 나라에 거점을 두고 마치 국적사처럼 운수권을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타국 노선에 특가 항공권을 쏟아내면서 자국 항공사가 경쟁을 포기할 때까지 치킨게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방콕 노선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외에도 3개 외항사가 취항 중인 노선이다. 관광 수요가 많지만 그만큼 취항 항공사도 많아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하지만 8만9000원 항공권을 쏟아내는 등 타이에어아시아X는 취항 초반부터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에어아시아제스트가 급작스럽게 운항스케줄을 변경함에 따라 국내 수만명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상황이다. 피해자가 늘면서 에어아시아가 내놓는 특가항공권에 대한 불매의 분위기도 일어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저렴한 항공운임만 가지고는 한국 소비자 공략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한국 소비자의 경우 불신 기업에 대한 불매의 움직임도 크게 번지는 만큼 에어아시아는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즈란 대표는 "제스트항공을 인수한 뒤 에어아시아의 정책에 맞게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기아차 인수 후 많은 노력을 기울였듯이 우리(에어아시아)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비롯한 각 국의 소비 관련 법령이나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두 배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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