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1조8000억원 사기 대출' 사건의 배상 책임을 두고 KT ENS와 피해 은행들 간 소송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체 대출금 중 아직까지 회수되지 않은 2800억원의 책임 소재을 두고 양 당사자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17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ㆍ국민은행, BSㆍ현대저축은행 등 KT ENS 사기대출로 피해를 본 금융사들이 최근 각기 다른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출금 회수를 위한 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3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KT ENS의 모든 채권이 동결되면서 피해 은행들이 사기대출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대출금 회수를 위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들 은행들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현재 보유한 매출채권을 신고하고, KT ENS가 종전처럼 이 매출채권의 존재를 부인하면 지급채무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낼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광장과, 국민은행은 김앤장과 각각 손을 잡고 소송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OSB, 공평, 아산 등 이번 사건과 연관된 저축은행 상당수는 법무법인 화우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일부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 준비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자칫 금융당국의 눈밖에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 준비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미회수금에 대한 상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것이다. 은행들은 KT ENS 직원이 사기대출에 관련된 데다 대출 서류에 KT ENS의 인감이 찍혀 있었던 만큼 KT ENS가 대출금을 상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KT ENS는 은행에서 주장하는 매출채권을 발생한 일이 없다며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은행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월 KT 자회사인 KT ENS 직원과 이 회사 협력업체 대표들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하는 수법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16곳으로부터 6년간 총 1조8335억원을 대출 받았고, 이 중 2894억원이 회수되지 않은 사실이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이번 건으로 피해액이 가장 컸던 곳은 하나은행이다. 모두 1조926억원을 대출해 줬고 아직까지 1571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농협과 국민은행도 각각 296억원씩 상환받지 못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23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BS저축은행의 피해가 가장 컸다. OSB(150억원), 현대(100억원), 공평(86억원) 등도 피해액이 많았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