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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펠레 "우루과이, 결승서 뭉개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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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펠레 "우루과이, 결승서 뭉개 줬으면…" 펠레[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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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브라질이 월드컵 결승에서 우루과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축구황제' 펠레(74ㆍ브라질)의 희망이다. 그만의 바람은 아니다. 적잖은 브라질 국민이 맞대결을 고대한다. 64년 전의 악몽을 씻고 싶어서다. '마라카낭의 비극'.


브라질은 1950년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우승을 확신했다. 경쟁상대로 꼽힌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미국에 0-1로 져 1차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브라질은 스위스와 2-2로 비겼지만 멕시코와 유고슬라비아를 각각 4-0과 2-0으로 물리쳤다. 결승리그에서는 스웨덴을 7-1, 스페인을 6-1로 완파했다. 남은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

브라질축구연맹은 들뜬 나머지 우승 메달 스물두 개를 미리 제작했다. 주요 도시들도 우승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메달은 전량 폐기됐고, 이벤트는 모두 취소됐다.


브라질은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알비노 프리아카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안 알베르토 스키아피노와 알키데스 기히아에게 연속 골을 허용, 1-2로 역전패했다. 국민들은 격분했다. 절반인 10만여 관중이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통곡했고, 일부 도시에서는 폭동이 벌어졌다. 수십 명은 심장마비, 권총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했다. 브라질축구연맹은 당시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다시 뽑지 않았다. 골키퍼 모아시르 바르보사에게는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고유 흰색 유니폼까지 지금의 노란색 티셔츠와 파란색 반바지로 바꿨다.


'마라카낭의 비극'은 약이 됐다. 브라질은 그 뒤 열린 열다섯 번의 월드컵에서 다섯 번 우승컵을 차지했다. 아름다운 플레이와 승부에 대한 집착은 전 세계 축구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네이마르(22 FC 바르셀로나), 오스카(23 첼시) 등이 버티는 공격진은 최강으로 꼽힌다. 다비드 루이스(27 첼시), 다니 알베스(31 FC 바르셀로나), 티아고 실바(30 파리 생제르맹) 등으로 구성된 중원과 수비진도 물 샐 틈이 없다.


우루과이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남미 예선 성적은 5위. 아시아 예선에 출전했던 요르단과의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막차로 본선 대열에 합류했다. 우루과이는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국 브라질에 1-2로 졌다. 당시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66) 브라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경기"라고 했다.


우루과이는 큰 무대에 강하다. 자국민이 대표팀을 '차루아(Charr´ua) 전사'라고 부를 정도다. 약 4000년 전부터 우루과이 영토에서 거주하던 차루아 원주민들이 스페인 등 외세와 맞서 싸운 정신을 그대로 발휘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선수들은 그동안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1980년대를 주름잡은 엔소 프란세스콜리(53)는 남미컵을 세 차례나 들어 올렸다.


이번 월드컵에서 두 팀은 토너먼트에서 만날 수 있다. 경우의 수는 대략 두 가지다. 브라질이 조별리그 1위에 오르고 우루과이가 조별리그 2위를 차지해 16강까지 통과하면 8강에서 맞붙는다. 경기는 벨루 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다. 두 팀이 조별리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 결승에서 만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 무대는 64년 전 브라질이 무릎을 꿇었던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이다. 펠레가 결승에서 우루과이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시 10살 꼬마였던 그는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통곡한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브라질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설욕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일본의 축구 저널리스트 사와다 히로아키는 지난 11일 '스포츠나비'에 실린 칼럼에서 "브라질은 개최국이다. 자국민들이 우승을 당연하게 여겨 그 외의 결과가 모두 참패로 간주될 수 있다"며 "선수들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스콜라리 감독은 선수단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국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견제하고 있다. 스스로도 최선을 다 하겠다는 선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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