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배치문제를 놓고 한반도가 긴장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일본에 북한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배치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일본에 북한 미사일 요격시스템을 배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 중장인 제임스 사이링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청문회에 출석, 북한 미사일이 동맹국인 한국에 매우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이링 청장은 "북한이 매년 도발을 반복하며 장거리 미사일 역량을 과시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북한 미사일이 위협적이라는 판단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 제출한 '2015년 국방예산 보고서'에서 미-일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북한 미사일 대응 방안으로 제시하며 올해 말까지 일본 교토부 교가미사키에 'X밴드 레이더(TPY-2 레이더)'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X밴드 레이더는 미군의 미사일 방어용 조기 경보 레이더로, 파장 2.5cm가량의 주파수를 사용해 탄도미사일 등을 조기 추적하며 탐지 거리는 최장 4000km 이상이다.미국은 지난 2006년 일본 아오모리현 공군자위대 기지에 X밴드 레이더를 처음 배치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의 우주 로켓 발사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다단계 장거리 미사일 기술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북한은 사드를 놓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남한에 THAAD배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 단체인 '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남한이 미국의 사드를 배치하려 한다며 이는 핵전쟁을 위한 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단체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THAAD의 남조선 배치는 조선 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핵전쟁 불집을 터뜨리기 위한 극악한 범죄행위"라고 거듭 비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어 "THAAD가 배치되면 남조선에 핵 재앙거리를 끌어들이는 자멸 행위가 될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민족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다른 대외 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도 전날 남한이 THAAD를 배치하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핵선제 공격을 노린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이라며 이에 대응해 핵 억제력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초기검토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조찬 강연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 사전조사 연구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묘사했지만 그 정도라기보다는 한국에 사드를 전개하기 위한 초기 검토가 이뤄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L-SAM과, 패트리엇(PAC)-3,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로 구성되며 미국의 THAAD 도입대신 THAAD급 요격미사일을 국내개발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방위사업청의 선행연구 결과를 토대로 요격고도 40㎞ 이상 요격체계인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국외구매가 아닌 국내 개발로 획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오는 11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L-SAM 국내 개발을 위한 사업추진 기본계획안이 상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상승-중간-하강 3단계로 구분된다. 종말단계는 이중 하강단계를 말한다. L-SAM이 고도 40㎞ 이상에서 적 미사일을 1차로 요격하는 데 실패하면 PAC-3와M-SAM이 고도 40㎞ 이하에서 2차로 요격하는 시스템을 갖게 된다.
L-SAM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 군은 도입 중인 패트리엇(PAC)-3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과 함께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때문에 종말단계 중ㆍ상층 요격체계인 L-SAM을 국내 개발하게 되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종말단계 핵심 요격수단인 사드(요격고도 40~150㎞)는 당장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방사청은 선행연구를 거쳐 L-SAM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했지만, 개발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L-SAM의 개발과 양산에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PAC-3급인 M-SAM도 2006년에 개발이 시작됐지만 양산 예정 시기는 2017~2018년로 알려져 L-SAM 개발도 예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구축되는 2020년대 초까지는 기존 PAC-2를 PAC-3로 개량하는 작업이 완료되고 M-SAM도 실전에 배치될 것"이라며 "그 이후 L-SAM은 KAMD를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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