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층과 어휘 층, 새와 원숭이에서 얻어와 진화한 듯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새들의 노래 소리를 잘 들어보세요. 그 속에 인간 말의 멜로디가 들어 있을 수도 있어요. 인간의 말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 주변 자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답니다."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소리에서 인간의 말은 진화했을까. 아니면 영장류인 인도네시아 은색긴팔원숭이의 복잡한 경고 메시지에서 비롯됐을까.
은색긴팔원숭이는 침입자나 동료, 가족이 나타나면 길고 복잡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이해할 수는 없는데 자신들만의 복잡한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은색긴팔원숭이의 이 같은 신호전달에서 언어학자들은 인간의 언어 진화를 푸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서도 인간의 언어는 진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월드뉴스(Nature World News)는 12일(현지시간) '인간의 말은 새들의 노래로부터 진화했을까(Did human speech evolve from bird song?)'라는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를 사이언스가 재인용, 기사화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류의 언어는 어떻게 생겼을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시게루 미야가와(Shigeru Miyagawa) 언어학자는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인간과 유사한 유형을 가지고 있는 자연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에서 받아들여 지금의 말과 언어로 진화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미야가와 교수 연구팀은 인류는 새들이 노래하는 것에서 멜로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멜로디는 가져왔는데 이를 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영장류에게서 얻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두 개의 생명체로부터 말과 언어의 진화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미야가와 교수는 새의 노래 소리와 긴팔원숭이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 기능을 분석했다. 이를 연구해 인간 말의 유형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미야가와 연구팀은 인간의 언어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E'와 'L'층이었다. 'E'는 '표현 층(expressive layer)'으로 이는 새들의 노래에서 왔다는 것이다. 'L'은 '어휘 층(lexical layer)'인데 긴팔원숭이의 복잡한 전달신호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E층은 '문장의 가변성 구조'로 돼 있는 반면 L층은 '핵심 콘텐츠'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복잡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E와 L층의 이중 구조가 결합되면서 인간의 언어가 진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들 연구팀의 주장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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