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기 만으로 한계 에너지 수요관리가 열쇠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에너지 절약의 시대는 끝났다. 전등을 끄고 전기코드를 뽑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껴쓰느냐 대신 미래에는 얼마의 에너지를 쓸 것이며, 쓰고 남은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하고,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에 에너지 정책의 성패가 달라질 것이다.
에너지 절약에서 한발 나아간 '에너지 수요관리'라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 지난 3월부터 정책단을 이끌고 있는 박기영 단장은 에너지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에너지 위기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에너지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1990년대 이후 에너지 절약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5%가 넘는 우리에게 에너지 절약은 필수불가결한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는 2009년 범정부적으로 에너지 절약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절약추진단'을 신설했다. 하지만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절약을 수요 예측과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지난해 현재의 정책단을 구성했다.
그는 “무조건 에너지를 덜 쓰는 절약보다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부족한 곳에 공급하는 체계적인 구조가 바로 에너지 수요관리의 핵심”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기술이 이를 보다 수월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바로 에너지저장시스템과 에너지관리시스템이다. 2차전지 등장 이후 저장과 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는데, 지능형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급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책단은 지능형 수요관리 사업자를 키우고 이들 시스템을 활용한 여러 사업모델을 구상해 에너지 수요관리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정책단은 올해 안에 에너지절약전문기업과 에너지절약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에 EMS(에너지관리시스템) 설치비용을 지원하고, EMS 설치 시 정책융자금 평가에 가점을 확대 적용하는 등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형건물이나 에너지 다소비업자를 대상으로도 EMS 설치를 적극 권장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책단은 에너지 수요·관리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설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박 단장은 “지난해 제19차 기후변화협약총회 결과에 따라 내년까지 2020년 이후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산업계가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시 34회인 박 국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신성장동력국장을 지냈으며 강원지방우정청장을 역임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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