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임방법 두고 뜨거운 이슈 될 듯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함에 따라 일단 KBS 사태는 정상화의 길로 돌아서게 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권오훈)는 5일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가결됐기 때문에 6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을 접고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숙제는 남아있다. 바로 KBS 사장 선임 방법문제이다. 현재 KBS 사장은 11명의 이사진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시스템이다. 여당 이사진(7명)이 많은 상황에서 '친여권' '친정부' 인사가 사장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를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제2의 길환영'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KBS 이사회는 11명의 이사들이 모여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논의했다.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길 사장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 야당몫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진 구성으로 봤을 때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은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해임제청안은 통과됐다. 찬성 7, 반대 4명이었다. 여당 추천 이사 3명조차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에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길 사장의 현 체제로는 KBS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길 사장은 내외부 비판에 대해 그동안 꿋꿋이 '제 갈 길'을 갔다. 조직원 전체가 나서 "사장은 물러나라"고 했음에도 믿는 구석이 있었는지 끝까지 버텼다. 아마도 KBS 이사회를 믿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사회 조차 길 사장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서 '믿는 구석'이 사라지게 됐다.
KBS가 총파업을 접고 현업에 복귀하지만 앞으로 가장 큰 이슈는 'KBS 사장 선임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는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일진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후보시절에 'KBS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 '공영방송은 국민이 주인이다'를 강조하면서도 막상 대통령에 당선되면 제일 먼저 장악하는 곳이 KBS였다.
이번 KBS 조직원들의 총파업도 권력에 유리한 기사만 비중 있게 처리하도록 지시한 '길환영 사퇴'라는 촉매제가 분명 있었는데 좀 더 본질적으로 파고들면 그동안 'KBS 사장'을 제대로 뽑지 못했다는 자괴감이자 내부 반성이었다.
권오훈 위원장은 "(KBS 사장 선임방법에 대해)앞으로 또 다른 숙제인데 차근차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총파업의 끝이 '길환영 사장' 사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길환영 개인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의 리더를 어떻게 뽑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언론학자는 "제대로 된 KBS 사장의 선출 방법이 중요하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이 직접 사장을 뽑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등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 중 하나가 바로 특별다수제 도입이다. 사장을 뽑을 때 이사진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사장을 임명제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야당의 찬성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길환영 사장의 사퇴로 KBS가 정상화의 길에 일단 들어서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KBS 사장 선임방법을 합리적이고 중립적으로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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