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투표율 역대 최저수준, 결과 ‘일반화’ 위험…올해 사전투표제, 투표율 변수로 떠오를 듯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월드컵 열기가 뜨거우면 투표율이 낮다'는 속설은 정말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4년에 한번, 같은 해에, 특히 6월 전후에 열린다. 이 때문에 월드컵 응원 열기에 묻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관관계는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부터 주목받았다. 당시 지방선거는 월드컵이 치러지는 중에 실시됐다. 특히 월드컵이 한국에서 개최돼 이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국이 폴란드를 이기고 미국과 비기면서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 기대되는 상황에 투표를 하게 됐다. 투표일은 6월14일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일전을 앞둔 하루 전날(6월13일)이었다. 결국 이 선거의 투표율은 48.8%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특히 응원열기가 뜨거웠던 서울의 투표율은 45.7%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3회 지방선거만 보고 '월드컵 열기 고조=투표율 하락'이라는 등식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시 지방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정치불신'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치른 것은 제3회 지방선거뿐이다. 보통은 지방선거가 실시된 뒤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 월드컵이 개막한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는 5월31일에 있었고, 월드컵은 6월9일 개막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투표율은 51.6%였다. 당시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4년 뒤 제5회 지방선거는 6월2일 실시됐고, 월드컵은 6월11일 개막했다. 당시 투표율은 54.5%로 제4회 지방선거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결과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당시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투표율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표율은 월드컵 등 비정치적 변수보다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식, 선거가 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여부 등이 훨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어떨까. 올해 월드컵도 지난 두 번의 선거처럼 투표일보다 9일 뒤에 개막한다. 그러나 올해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월드컵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때문에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올해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된 전국 단위 사전투표제가 11.49%라는 '흥행대박'을 거두면서 본선거 투표율도 오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투표율 예측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적극투표층' 여론조사 결과는 55.8%로 나타났다. 지난 지방선거 때 선관위 적극투표층 여론조사 결과는 54.8%로 나타났고, 실제 투표율은 54.5%로 조사됐다. 올해는 이미 11% 이상이 투표를 한 상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올해는 투표율 예측이 정말 어렵지만 사전투표제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역대 선거를 보면 월드컵과 투표율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