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 과시用 토건사업 없앤 사람
올빼미 버스가 그의 상징적인 작품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며칠 앞두고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대변인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사실 나는 박 시장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 사람이다. 기껏해야 당 행사 등에서 수인사 몇 번 나눴을 정도다. 일면식 없는 나를 대변인으로 추천받고 박 시장은 고민했다고 한다. 결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말도 함께 했다. 그의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역시 고심하다 '희망서울 시즌2'를 만드는 데 일조해 보자는 신념으로 캠프 합류를 결정했다. 후보 등록 직전, 박 시장과 가깝게 조우할 기회가 생겼다. 이날 박 시장은 몇 가지 원칙을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첫째, 네거티브 운동은 하지 말 것. 둘째, 모든 논평과 브리핑은 철저한 사실관계에 기초할 것. 셋째, 상대방의 악의적인 공격에도 품위 있고 차분하게 대응해 줄 것 등이다. 큰 원칙 아래 모든 사항은 믿고 맡기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박 시장의 업무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꼼꼼하고 깐깐하지만 한 번 맡긴 일은 끝까지 믿고 지켜보는 전형적인 덕장이 바로 박 시장이다.
박 시장은 2년 7개월여의 짧은 재임 기간 동안 서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소통과 협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행정의 상을 만들어 낸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과거의 서울시가 공무원 조직을 중심으로 시정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면, 박 시장 이후의 서울시는 시민이 직접 시정 운영에 참여해 함께 토론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자연히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전시성 토건 사업은 자취를 감추게 됐고, 시민의 삶에 집중하는 꼼꼼하고 세심한 행정이 등장했다. 자정 이후에도 버스가 다녔으면 좋겠다는 시민의 제안으로 실현된 올빼미 버스가 바로 '박원순표' 변화의 상징이다.
내가 본 박 시장은 2기 시정에 대한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 박 시장에게 중요한 것은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성장의 크기만큼 행복의 크기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울시민 각자 행복의 크기를 모으면 사람이 중심인 서울, 사람이 우선인 서울이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박 시장이 유세차를 버리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뙤약볕에 배낭을 짊어 메고 발로 뛰며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는 이유다.
세상의 변화만큼 시민의 의식 또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서울시의 수장이 필요하다. 소통과 협치, 현장 중심의 행정은 이미 박 시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시민 속으로 항로를 변경한지 불과 2년 7개월이 지났다. 시민이 더 행복한 4년 후를 위해 항로는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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