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4월과 5월, 세월호 참사에 따라 소비가 둔화되고 서비스업이 부진했다는 한국은행 16개 지역본부의 총평이 나왔다. 지역별로는 경기 회복세를 보인 곳이 많았지만 호남·대경권은 전분기 수준에 머물렀고, 강원 지역은 회복세가 주춤하다고 평가했다.
28일 한은은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4월부터 5월까지 국내 경기는 개선 흐름을 유지했지만,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가 둔화되고 관광·음식숙박·도소매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부진한 모습도 보였다"고 기술했다. 16개 지역본부가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지역 내 업체 및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다.
지역 별로는 수도권과 동남권, 충청권 및 제주권의 경기가 나아졌지만, 호남권과 대경권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제자리 걸음을 했다. 강원권은 회복세가 주춤했다.
분야별로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등의 국내외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 생산은 수도권과 제주권에서 늘었지만, 일부 지역에선 감소세를 보여 전분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정보통신(IT) 제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소비는 소매판매가 줄어드는 등 대부분의 권역에서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설비투자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IT 등 일부 업종에서 늘어났다. 다만 건설투자는 수도권과 대경권, 제주권 등에서 증가하거나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충격도 비켜가지 못했다. 각 지역본부는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이후 4월 하순 소비관련 지표가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단 "5월 들어 일부 유통업체의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4월 하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각종 지역 축제와 기업행사 등이 취소되거나 하반기로 미뤄져 음식·숙박업, 관광·여가관련 서비스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향후 소비심리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은 "5월들어 여가관련 서비스업의 부진이 완화되고, 유통업체의 매출이 소폭 회복된데다 일부 지역의 관광지 방문객도 늘었지만, 5월 초 연휴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는 견해도 있어서 민간 소비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긴 이르다"고 결론냈다.
이외에 건설투자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민간 부문의 건설이 늘었고, 대경권도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혁신도시 건설이라는 호재가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인프라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강원권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호텔 신축으로 제주권 건설투자도 서서히 살아나는 모양새다.
단 비주거용건물과 토목 건설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발주물량이 줄면서 동남권, 충청권, 호남권 건설 경기는 여전히 부진했다.
IT산업은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신제품 출시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디스플레이도 초고해상도 패널에 대한 수요 확대 등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완성차 제조업은 신차 효과와 글로벌 수요 증가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좋았다. 4월 중 완성차 업계는 생산(전년동월대비 12.3%), 내수판매(11.2%), 수출(14.0%) 모두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고, 수출액은 48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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