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회사채 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있음에도 건설업종의 소외 현상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어닝 시즌을 전후해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유리한 금리조건에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공모를 통한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주 회사채 발행은 84건, 1조4460억원으로 전주 29건, 7620억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원대를 넘어선건 5주만이다.
회사채 발행에 앞서 수요조사를 실시한 LG전자ㆍ현대제철ㆍSK 등은 수익성 개선과 1분기 실적개선 등에 힘입어 수요예측에 모두 성공했다. 특히 LG전자는 300억원 가량의 15년물을 처음 발행하게 된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면서 높은 신용등급과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들의 수요예측에도 투자자들의 참여가 전무했지만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3곳 모두 신용등급 AA이상으로 만기 기간도 5~15년으로 다양해 입맛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부건설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600억원의 차환을 위해 1년물짜리 4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매달 금리를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3개월마다 금리를 지급하는 것에 비해 동부건설의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매력을 높이기 위해 매달 금리를 지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 대부분의 신용등급이 AA 미만이기 때문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들어 만기를 맞은 건설사 회사채 가운데 차환 발행에 성공한 물량은 17%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고 사모채를 통해 차환을 선택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은 다음달 만기를 앞둔 채권을 사모사채로 상환키로 했다. 이를 위해 각각 800억원과 500억원의 사모채권을 발행하고 나머지는 보유 현금을 활용키로 했다. 대우건설도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회사채와 사모채를 놓고 저울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해도 건설사 회사채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등 상위권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현금이 부족한 상황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 만기까지 감안하면 올해 내내 자금상환 문제가 최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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