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부상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발빠르게 진출한 국내 제약사들이 쏠쏠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약품은 지난 14분기 468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10.8%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9.1% 늘어난 100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20% 후반대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주춤하긴 했지만,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실적이 좋다. 작년 매출은 1572억원으로 국내 매출의 20%에 달했다.
일양약품도 중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는 대열에 속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제산제 ‘알드린’이 1억2000만포가 팔리면서 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의약품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일양약품과 중국 정부가 투자해 설립한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1260억원.
녹십자의 현지법인인 중국녹십자는 지난해 매출이 300억원로, 선두권 제약사에 비해 실적은 크지 않다. 하지만 연간 20만리터의 혈액제재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공장 리노베이션이 마무리된 만큼 올해는 매출이 2배 가량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약진은 중국 시장을 선점한 효과 덕분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80년대 후반 중국시장에 진출 1996년 현지법인을 세웠다. 일양약품과 녹십자도 각각 1995년에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였다.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을 통해 차별화 전략도 국내 제약사들이 안착하는데 보탬이 됐다. 한미약품은 중국 산아제한 정책에 따른 ‘소황제 시대’에 대비해 유아용 약품을 주력 상품으로 밀었고, 일약양품은 기름진 중국 음식을 겨냥 소화제 시장을 공략했다. 녹십자의 대표상품인 혈액제재도 13억 중국 시장에서 부족한 의약품으로 꼽힌다.
중국 제약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시장은 2010년 1618억달러(165조원 상당)에서 2020년 4660억달러(475조원)로 3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보험이 확대와 보건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확대, 신약 승인 절차 간소화 등이 제약시장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로 해외 진출에 나선 보령제약은 올해초 800억원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대웅제약도 지난해 중국 현지 원료제약사 바이펑을 인수한 뒤 중국 시장에 뛰어 들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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