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건설 책임...건설담당부서인 인민보안부장과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평양 평천의 고층아파트 붕괴사고로 공사담당 책임자들의 문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사고 소식을 대내외에 공개한 만큼 후속조치로 관련된 고위간부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붕괴사고를 보도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과 건설을 담당한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선우형철, 김수길 평양시 당위원회 책임비서,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리영식 평천구역 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5명이 나와 주민들에게 사과와 사죄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이 17일 사고현장에 모인 유가족과 주민들 앞에서 사고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됐다.
선중앙통신은 특히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라며 부실공사와 감독부실 책임을 분명히 지적해 이들이 빠져나갈 틈은 거의 없어 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건설법은 '건설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부분에서 법을 어기고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기관, 기업소, 단체의 책임 있는 일꾼과 개별적 공민에게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북한 형법은 과실로 여러 사람을 죽인 경우 3년 이상 8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이와 관련, "사과로 끝나기에는 인명피해가 너무 크다"면서 "극단적 처벌은 없겠지만 관련법에 따라 책임자 교체 등 인사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은 자기한테 책임이 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자의 총살형도 내릴 수 있겠지만 이 사건을 너무 키우는 것은 자기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인사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충격요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에 따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과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의 인민보안부는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지만 그 산하에 건설을 담당하는 공병을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이라고 지목한 인물이 최부일과 선우형철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최부일은 군 체육단의 농구선수 출신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농구교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고 선우형철은 2012년 4월 희천발전소 완공에 기여한 공로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로 전해졌다.
김수길은 군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많이 수행하다가 지난달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 올라 교체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차희림과 리영식은 실무자급이어서 손을 대봐야 큰 의미도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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