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정중동' 속 서로다른 의견 내놔…집값 속락 후 거래 없이 "좀더 지켜보자" 목소리 커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노태영 기자] "용산 개발한다고 한 뒤로 7년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정몽준씨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지만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40~50년이 넘은 노후된 주택은 재개발을 하든지 새 서울시장이 꼭 좀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대림아파트 거주 60대 여성)
"용산 단계적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운 여당 후보가 대기업 오너여서인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추진력이 남다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인근 아파트 시세나 매물을 묻는 전화가 평소보다 2~3배 늘었다."(서부이촌동 W공인 대표)
여야가 서울시장 후보를 확정, 양자경쟁 구도로 압축되면서 용산역세권 인근 주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 백지화로 서부이촌동 아파트단지들이 '자유의 몸'이 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용산 개발 재추진이라는 카드를 의욕적으로 내밀고 있어서다.
13일 찾은 서부이촌동 일대는 '정중동'의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아파트 외벽에는 개발 반대 구호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국제업무지구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중개업소들은 많이 줄어든 가운데 최근 들어 새로 문을 연 상점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불렸던 용산개발이 무산되면서 후폭풍은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시ㆍ군ㆍ구별 공시가격 변동률 중에서도 용산구는 -6.3%를 기록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된 영향이 컸다.
그런데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다시 서부이촌동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부이촌동 W공인 대표는 "사실 이 지역은 이미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였다"면서도 "정몽준 후보가 용산개발 재추진 공약을 내세운 이후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일부 주민들은 정몽준씨가 서울시장이 되면 대기업 오너로서 추진력 있게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문의도 상당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전보다 관심과 문의가 늘었다고 해도 거래로 연결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A공인 대표는 "매물은 간간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며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거래는 전세나 월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몽준 의원과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서부이촌동 개발 방안은 크게 차이가 없다. 기본적으로 두 후보는 '철도정비창 부지'는 개발을 허용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개발계획을 종합적으로 수립하되 3~4개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와달리 박 시장은 철도정비창 부지는 개발하되 서부이촌동의 단독주택지, 아파트단지, 재건축 아파트를 맞춤형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해제 이후 서부이촌동의 도시관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서부이촌동을 하나의 계획단위로 묶되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밀도와 높이 규제 등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월 말부터 주민설명회와 협의체 구성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선거기간과 겹쳐 공식적인 활동은 4월 초부터 중단된 상태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수립하기 위한 재정비 용역에도 착수했다. 박 시장의 도시계획 철학을 반영해 추진되는 용역 결과는 내년에야 나오지만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금과 전혀 다른 계획안을 수립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도시계획 밑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철도정비창 부지를 둘러싸고 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와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간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당장 개발사업 착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시장선거가 끝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국제업무지구 전체 사업지(51만385㎡) 61%(21만7583㎡)의 소유권은 여전히 드림허브가 갖고 있다. 코레일이 토지대금 1조2200억원을 반납하지 않아 소유권도 넘기지 않았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