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억원 확보해 내년 취항 목표
제주공항 포화…면허 발급 등 난관 예상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제주도 주민과 사업자 등이 '협동조합' 형태의 항공사 설립을 추진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 항공사가 된다. 매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민의 항공 이용권을 보장하고 항공료를 낮추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이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이사장 김성오)와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이사장 고부원)은 제주도민의 항공 이동권과 사업자의 화물운송권 보장을 위해 도민, 지역 사업자 등이 출자한 '하늘버스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조합은 초기 자본금으로 100억원을 확보해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 2대, 화물기 1대를 리스 형태로 구입해 제주∼김포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부터 농협, 신협 등에서 제주 지역 법인과 개인을 대상으로 출자자를 모집한다. 개인 출자금은 1인당 10만원 이상이며 조합원 수는 2만여명이 목표다.
이들은 협동조합 항공사를 운영하면 제주∼김포 노선의 여객 운임이 현재 왕복 평균 14만원에서 8만원 대까지 크게 낮아지는 등 항공기 여객·화물 운임의 거품이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직원 130여명을 제주도에서 채용해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센터는 오는 13일 1차 공청회를 시작으로 관련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7월 창립총회를 열고 2015년 5월 화물기 취항, 9월 여객기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호연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전문위원은 "제주도민이 출자해 이용하는 소비자협동조합, 사업자들이 출자해 항공화물권을 공동 구매하는 사업자협동조합, 항공사 직원들이 출자해 고용이 안정된 직원협동조합의 성격을 모두 갖춘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2005년 총 자본금 200억원으로 출범한 제주항공 설립 당시 제주도가 50억원을 출자했지만 도민을 위한 역할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범 당시 25%의 지분을 갖고 있던 제주도는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현재 제주항공 지분이 4.5%에 불과하다.
협동조합 추진 관계자는 "제주도가 출자한 제주항공이 사실상 기업 항공사로 전환된 만큼 제주도민이 출자한 순수 저가 항공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협동조합은 지분변동이 제한되고 1인1표 원리의 기업형태여서 제주도민의 소유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에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목표로 설정한 100억원의 자본금 확충뿐 아니라 제주공항에 추가로 노선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공항의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대수(슬롯·Slot)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협동조합 항공사에 대한 협의가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향후 면허 신청이 접수돼 봐야 알겠지만 공공재인 공항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주공항의 상황을 봤을 때 특정 지역조합 항공사에 무리해서 면허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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